※ 오메가버스au 기반 :대1 보쿠토 x 고3 아카아시
※ 月 님 B type 이벤트 커미션
※ 약 12,000자 분량입니다.






Jealous

보쿠토 코타로X아카아시 케이지






 타닥타닥-

 스마트폰의 둔탁한 터치음이 울렸다.


  [ 보쿠토상, 뭐하세요? ]


 문자를 보내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곧 파란 바탕의 메세지가 화면위로 떠올랐다.

 이제 막 부활동이 시작할 시간. 사실 목소리나 한 번 들을까- 하고 전화도 걸어봤지만 지루한 통화음만 계속되다 끊겨버렸다. 왜인지 최근들어 이런 일이 잦았다.

 물론 나중에 다시 전화를 걸어와서 못 받아서 미안하다고 제대로 사과는 하시는 보쿠토상이었지만 한두번도 아니고 거의 매번 이러시니 어쩔수없이 짜증이 났다. 

 게다가 전화는 물론이요, 만나는 횟수도 점점 줄어들고 이렇게 문자를 보내봐도 서로 안맞는 시간대에 답장이 오니 제대로 대화 한 번 나눈 적이 언젠지 까마득했다.

 대학교가시더니 정말 바람이라도 피우시는 건가..


 아냐. 설마 아니겠지.

 정말 아니겠지만.

 만약에 진짜 그러신거라면.



 보쿠토상은 제 손에 죽을각오 하셔야 할꺼예요..

***


 아직은 추웠던 지난 2월. 그러니까 보쿠토상의 졸업식날. 

 나와 보쿠토상은 선후배의 틀을 벗어던지고 새로운 관계를 재정립했다. 교정 구석진 곳에 조금 이르게 피어있는 개나리를 옆에 두고 나는 보쿠토상에게 두번째 단추를 건네 받았다. 그다운 고백이었다.


-


  "보쿠토상, 드디어 졸업이네요."
  "그러게."


 본격적인 졸업식이 시작하기 전, 아무도 없는 학교에서 보쿠토상과 나란히 체육관 뒷길을 걸었다. 날이 추워서 주머니에서 손을 빼지 못한채 그렇게 길을 걸었다.


  "새삼스럽지만 다시 축하드려요."
  "응, 고마워."


 이렇게 이른 시간부터 학교에 와 있는 것은 부활동이 아니고서야 드문 일이었는데 착잡한 마음탓에 무작정 집을 나섰기 때문이다. 보쿠토상은 왜 이렇게 일찍 나온건지 잘 모르겠지만 그 얼굴을 보고 있으려니 괜히 더 싱숭생숭했다.


  "대학교 가셔도 한 번씩 놀러오세요. 다들 좋아할테니까."
  "응.. 그럴게."
  "보쿠토상."
  "응?"


 답지않게 축쳐진 머리칼이 그의 기분 상태를 알렸다. 기다리던 졸업식이라고 제일 좋아할 줄 알았더니 그 반대였다. 뭐 보쿠토상이 너무 좋아하셨으면 도리어 내가 더 서운해 했을테지만 본인이 더 우울해 있으니 티를 낼 수도 없었다.


  "어디 안 좋아요? 아까부터 기운이 없으셔서."
  "어? 아니, 안 좋은건 아닌데.."
  "?"
  "그냥.. 뭔가 기분이 별로야."
  "흐음.. 그래도 아쉽긴 하신 모양이네요."
  "아카아시는 아니야? 나 이제 여기 없는데..(츄욱)"


 그러게요. 이제 보쿠토상 학교에 없구나. 아직 별로 실감은 안 나는데.. 대학가셔서 연락도 안하시면 전 어떡하죠.


  "글쎄요.. 보쿠토상 안계시면 더 편하지 않을까요?"
  "아..아카아시이..."
  "교실에 누구씨가 마음대로 쳐들어 오는 일도 없을거고-"
  "...(흠칫)"
  "힘들게 기분달래드려야 할 분도 없고- 추가 연습도 안해도 되고- 아, 제 간식 뺏길 일도.."
  "아, 됐어. 흥, 그래. 아카아시는 이제 나 없어서 좋겠다!"
 

 삐진듯 홱 돌려버린 고개가 귀엽다. 귀찮기만 하던 것들도 이제는 다 사랑스럽기만 했다. 어쩌피 고백도 안 할거면서 나도 참 중증이었다.


  "그래도-"
  "...?(쫑긋)"
  "제 토스를 받아줄 멋진 스파이커가 없는 건 좀 아쉽네요."
  "아카아시이..!!"


 아, 기분 좋아진 거봐. 머리 올라갔어.


  "제 이름 크게 불러줄 선배도 없고, 같이 밥먹을 선배도 없고."
  "...."
  "저, 매일 누구씨랑 같이 다니느라 친구도 없으니까요."
  "에에! 아카아시 친구 없어?"
  "덕분에요."


  "그..그럼 코노하나..!"
  "같이 졸업하시잖아요."
  "그..그럼 쿠로오나..!"
  "다른 학교예요."
  "어..어.. 그럼 어쩌지..!"
 

 큭, 보쿠토상 안절부절. 같이 밥 먹을 친구도 없다니 정말 그럴거라 생각하시는 건가. 정말 언제봐도 순수한 사람. 대학가서 사기나 당하고 그러시면 안 되는데..

 
  "뭘 어떡해요. 그냥 혼자 있어도 돼요."
  "안돼! 밥은 혼자 먹는거 아니랬어."
  "누가요?"
  "우리 엄마가!"
  "그래도 보쿠토상 이제 여기 없잖아요."
  "응..."
  "그럼 어쩔수 없네요."
  "..(시무룩)"


 밥 혼자 먹어야 되는 건 전데 왜 보쿠토상이 더 시무룩해하고 그래요. 저까지 기운빠지게..


  "...."


 잠시간의 정적이 흐르고, 처진듯한 어깨를 끌고 터벅터벅 발을 옮기니 어느새 체육관 앞에 다다랐다. 보쿠토상에겐 이제 추억이 될 장소였다.


  "이제 여기도 마지막이네."
  "그러네요."
  "한 번 들어가 볼까?"
  "문 잠겨있어요."
  "에에- 아카아시, 열쇠 없어?"
  "집에 있어요."


 보쿠토상은 못내 아쉬운듯 체육관 문 한짝을 발로 툭툭 건들였다. 삐걱이는 철제문에서 기분나쁜 소음이 났다.


  "보쿠토상, 이제 슬슬 돌아가셔야 돼요."
  "응? 벌써?"
  "네. 집에 들러서 준비하셔야죠. 교복도 안 입고 계시잖아요."

   

 보쿠토상과 나는 꽉 닫힌 체육관을 뒤로하고 다시 걸음을 돌렸다. 이제 이 길을 그대로 돌아 학교를 빠져나가면 보쿠토상과 말 그대로 '남'이 될 순간이었다. 목구멍이 조금 뜨거운 것 같았다.


  "아카아시."


 체념하고 발을 돌려버린 나의 등뒤로 그의 단단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빨리가서 준비하셔야 하는데 헤어질 때까지도 귀찮으신 스파이커님이셨다.


  "빨리 오세요."


 혹시 미련이 남을까 돌아보지는 않은 채로 대답을 했다. 다행히 아직 목소리는 떨리지 않았다. 그래도 더 이상 말걸진 말아주셨으면 했다. 보쿠토상과 헤어져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나는 울고 있을지도 몰랐다.


  "아카아시."
  "!"


 다시한번 저를 부르는 목소리와 함께 갑작스런 비누향이 훅 끼쳤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보쿠토상에게 안겨있었다. 말로만 듣던 '백허그'였다.


  "갑자기 무슨.."
  "잠깐만."
  "왜 그러시는데요."
  "...."


 순수한 비누향에 섞여 유혹적인 머스크향도 같이 풍겨왔다. 향이 달았다. 페로몬향이었다.


  "아카아시."
  "네."
  "나 지금 엄청 멋있는 얘기할 거니까.."
  "...."
  "여기 보지말고 들어. 알았지?"


 엄청 멋있는 얘기라.. 어떤 이별사를 하시려고 이렇게 뜸을 들이시는지. 그래도 서운한 마음은 꽤 큰가보다 생각하니 괴롭지만 나름 위안은 됐다. 나만 그런게 아니구나- 하고.


  "아카아시."
  "네."


  "좋아해-"


 아직은 추운 2월. 쿵하고 내려앉은 귓가에 봄바람이 지나갔다. 


  "계속 좋아했어."

  

 정말 말도 안된다고 생각하지만 그보다 먼저 기뻤다.


  "반지는 아니지만.. 받아줬으면 좋겠어."


 줄곧 손을 넣고 있던 호주머니에 따뜻한 보쿠토상의 손이 들어왔다. 그리고 슬쩍 내 손에 쥐어준 것은 다름 아닌 그의 교복 단추였다. 목구멍이 다시금 따가워졌다.


  "제일 먼저 떼놓은거야. 아카아시 주려고."
  "...아직 졸업식도 안 끝났는데.."
  "괜찮아. 받아줄꺼지..?"


 아아- 제가 어떻게 거절할 수 있겠어요. 보쿠토상.


  "...(끄덕끄덕)"
  "응. 정말 좋아해, 케이지."


 결국 툭 터져버린 눈물에 푹하고 고개를 숙였다. 방울방울 눈물이 내렸다. 흐릿해진 시야너머엔 때 이른 개나리가 노랗게 피어있었다.


-


 다시 생각하니 또 애틋하긴 하네. 

 그래. 애틋했어, 애틋'했'지. 울기까지 했으니.

 

 그런데 지금은...


***


  Rrrrr-


 부활동이 끝나고 돌아가는 길. 주머니에서 시끄러운 벨소리가 울렸다.


  "(달칵)여보세요."
  "아카아시, 미안-!"


 보쿠토상이었다. 급하긴 했는지 이름이 아닌 전 호칭이 튀어나왔다.


  "이번엔 진-짜 잘 받으려고 했는데.. 가..갑자기 일이 생겨서...."


 변명을 호소중인 말꼬리가 점점 기어들어갔다. 어딘가 걸리는 구석이 있는게 분명했다.


  "무슨 일이요?"
  "어? 어..그게..그러니까..."
  "또 쿠로오상한테 잡히셨어요?"
  "어! 마..맞아. 그랬어!"

  

 헤에- 이젠 거짓말까지. 진심으로 내가 속을거라 생각하시는 건가? 아냐. 보쿠토상이라면 그럴만하지.


  "아무래도 제가 한마디 해야겠네요. 쿠로오상 좀 바꿔주실래요?"
  "어?? 아니, 안돼!"
  "왜요?"
  "버..벌써 갔어!"
  "그래요? 벌.써. 가셨구나-"
  "응.."
  "그럼 어쩔 수 없죠."


 지금쯤 머리가 또 내려가 있을게 분명했다. 천성이 거짓말을 못 하시는 분이니 또 죄책감에 휩싸여 계시겠지. 같이 지낸게 3년인데 이제 안봐도 비디오였다.


  "지금 어디세요?"
  "아직 학교야."
  "오늘은 꽤 늦게까지 계시네요."
  "어어..그러게..."


 대답이 또 끊기는 걸보니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어서 늦었나보다. 아까 전화를 안 받은 것도 이것과 관련이 있는 듯 했다.


  "집으로 바로 가세요?"
  "아니. 이따가 어..동아리 모임한대!"
  "요즘 모임이 잦으시네요."
  "아직 새학기니까.."
  "술 너무 많이 드시지 마시구요."
  "알았어. 케이지도 너무 늦게까지 공부하지 말고 일찍 자."
  "네. 그럼 끊을게요."
  "응. 사랑해."

  

 저두요. 끊어진 통화에 핸드폰은 다시 평소의 대기화면으로 돌아왔다. 몇 걸음 걸으니 얼마안돼 집에도 도착했다. 따뜻한 물로 좀 씻어야 할 것 같다.


***


 [ 츠키시마. 지금 시간 괜찮아? ]
 [ 네. 무슨일이세요? ]

 

 띠링- 메세지를 보낸지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츠키시마로부터 답장이 왔다.


  [ 그게.. 보쿠토상때문에.. ]
  [ ? ]


 일단 궁금해 하는 츠키시마를 위해 그간의 일들을 짧게 설명해주었다. 문자를 치다보니 또 욱하는 마음이 솟아올랐지만 간신히 추스르고 말을 이었다. 그 문제를 해결하려고 이렇게 츠키시마에게 부탁하는 거니까 쓸데없는 건 참아야지.


  [ 보쿠토상, 변했네요. ]
  [ 좀 그렇지. ]
  [ 안 그럴줄 알았는데. ]
  [ 쿠로오상은 괜찮아? ]
  [ 별로 똑같아요. 연락은 항상 쿠로오상이 먼저 하니까. ]
  [ 그렇구나. ]


 쿠로오와 츠키시마 역시 사귀는 사이였다. 작년 츠키시마가 합숙을 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의 일이었다고 하니 사귄 기간으로 따지면 나와 보쿠토상보다 길었다. (보쿠토상에게 고백받고 얼마 지나지 않아 쿠로오상이 알려줬다. 그전까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 그럼 부탁하실 일이란게 뭐예요? ]
  [ 쿠로오상한테 오늘 학교에서 무슨 일 있었는지 물어봐줬으면 해서. ]
  [ 그거면 돼요? ]
  [ 응. 귀찮게 해서 미안해. ]
  [ 아니예요. ]


 츠키시마는 잠시 기다리라는 말과 함께 채팅방에서 나갔다. 이제 조금만 기다리면 사건의 전말을 들을 수 있겠지.


***


 딸랑-

 이곳은 도쿄의 어느 카페. 경쾌한 출입문의 차임이 울렸다.


  "보쿠토상, 여기요."
  "케이지!"


 방금막 챙겨서 나온게 티가 났다. 언제나 위를 향해 꼿꼿히 솟아있던 회색 머리칼이 답지않게 차분했다.


  "많이 기다렸어?"
  "그냥 그럭저럭요."
  "오랜만에 보니까 좋다."


 활짝 웃으며 말을 건네는 그의 모습에 하마터면 나 역시 따라 웃을 뻔 했다. 지금 중대한 사명을 떠맡고 있는 나에게 저 전염성강한 웃음은 좀 위험했다.


  "내거 시켰어?"
  "아니요. 보쿠토상 원하는거 시키세요."
  "케이지는?"
  "저는 괜찮습니다."
  "왜? 따뜻한거라도 마시지-"
  "물이면 돼요."


 뜨거운걸 시켰다간 보쿠토상이 화상 입을지도 모르거든요.


  "그럼 내것만 주문하고 올께."
  "네."


 후- 보쿠토상이 커피를 시키기위해 자리를 비우자 바로 마른 한숨이 튀어나왔다.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감도 잡히질 않았다. 

 '질투'라니. 연애경험 전무하고 짝사랑만 계속해온 자신에게 선뜻 접근할 수 있을 만한 영역이 아니었다. 

 본래 성격 또한 그리 말이 많은 편도 아니고, 이런거 일일이 따질만한 성격도 아니었으니 처음 느껴보는 감정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곤란하기만 했다.

 '보쿠상이 너무 인기가 많아서 질투납니다.' 하고 직구로 질러 볼까 하다가도 그 얼굴을 보면 망설이게 된다. 

 그리고 그런 말을 해드렸다간 보쿠토상, 오히려 좋아할테니까. 


  "받아왔어."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하다보니 곧 한 손에 시원한 아메리카노를 든 보쿠토상이 자리에 앉았다. 싫든 좋든 일단 말은 꺼내봐야 했다.


  "(쪼옥-)"
  "보쿠토상."
  "?"


 빨간 빨대를 타고 올라가던 커피가 뚝 멈춰섰다. 분명 저 아메리카노에는 시럽이 가득할 것이었다. 쓴 것도 잘 못드시는 분이 커피는 꼭 아메리카노를 먹는다고 고집을 피웠다. 아마 쿠로오상 때문이겠지.


  "저 다 들었습니다."
  "응?"
  "모르는 척하지 마시구요."
  "나 뭐 했어??"


 저 결백한 눈동자. 하지만 전 이미 다 알고 왔다구요.


  "솔직하게 얘기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뭘?"
  "안 그럼 정말 화날 것 같으니까."
  "뭔데 그래??"


 뭐 화는 지금도 나있지만.


  "어제."
  "어제?"
  "쿠로오상한테 잡혀서 전화 못받으셨다고 하셨죠?"
  "어? 으응.."
  "그리고 저녁땐 동아리 모임있으시다고."
  "응..."

  "이 정도면 제가 무슨 말 하는지 다 아셨죠?"
  "...(삐질삐질)"
  "사실대로 불어요."
  "케..케이지..그게..."
  "다시 말씀드리지만 다 알고 왔으니까 거짓말은 꿈도 꾸지 마시구요."


 당황. 곤란. 배신감. 그의 황금빛 눈동자가 이리저리 흔들렸다. 맨 마지막의 감정은 누구를 향해있을지 대충 짐작이 가지만 꼭 그 사람이 아니었더라도 다 알게 됐을 일이다. 

 보쿠토상은 거짓말 못 하는 사람이니까.


  "그게... 그 어제 점심 먹고나서.."
  "...."
  "나도 그러고 싶어서 그런게 아닌데.. 진짜 어쩔 수 없이..!"
  "변명은 나중에 듣겠습니다."


 단호한 나의 말에 안그래도 쳐져있던 그의 머리가 더 힘을 잃었다. 그래도 지금은 제대로 귀에 들어오지도 않는 변명보단 정확한 상황설명을 원했다. 

 진짜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걸 납득해야 내 마음이 조금이라도 편할 것 같았다.


  "그러니까.. 걔가 갑자기 날 잡고 쓰러져가지고.."
  "옆에 다른 분들은 안 계셨어요?"
  "으응, 걔가 같이 점심먹자고 해서.."
  "둘이서요?"
  "응..(눈치)"


 이제 보니 친히 밥도 같이 드시고- 그것도 '단둘이서'. 꽤나 친하셨나보네요, 그 분이랑. 

 저 밥 먹을 친구 없다고 학교까지 오시겠다던 분이 혼자서도 잘 챙겨드셔서 '참' 보기 좋습니다.


  "하아- 계속하세요."
  "응. 그래서 일으켜주려고 했는데.."
  "...."
  "그 향이 갑자기 막 나서.."
  "걔도 히트가 터져서 제정신이 아니었고.."
  "나는 걔가 오메가인지도 몰랐는데.."
  "케이지, 나는 정말로...!"


  탁.
 (움찔). 


 아, 젠장.. 생각보다 더 기분이 나쁘다. 앞에 놓여있던 냉수 한 컵을 단번에 들이키고 빈 잔을 다시 테이블위에 내려놓았다. 감정실린 소리가 났다.

 어제 츠키시마로부터 받았던 문자들과 보쿠토상의 말이 완벽하게 겹쳐졌다. 사건 당시의 모습이 생생하게 재현되는 듯 했다.


  "그래서요."
  "응?"
  "그래서 어떻게 하셨는데요."


  "어..그래서.. 나한테 계속 달라붙으려고 막..."
  "...."
  "나도 안 되는 거 알고는 있었는데.."
  "...."
  "몸이 말을 안들어서 막질 못해서..."
  "...."
  "그러니까 정말, 진짜 정말 걔가 멋대로...! 키ㅅ.."


 벌떡.


  "아카아시?"


 하, x발.. 아무래도 안 되겠다. 안쓰던 욕마저 튀어나오려했다. 상황설명따위 그냥 듣지 말 걸 그랬다. 역시 뻔한 변명이라도 그쪽을 듣고 있는 편이 더 나았을 것을.


  "저 가겠습니다."
  "어딜?"
  "집이요."
  "지금?"
  "네."
  "아직 만난지 10분도 안됐는데??"
  "네. 더는 보쿠토상이랑 못 있을 것 같아서요."


 내 말에 받은 충격이 그의 얼굴위로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질투고 뭐고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재생되고 있는 그와 그 여자의 모습에 제대로 이성을 차리기가 힘들었다. 

 보쿠토상의 입에서 튀어나왔을 마지막 한마디와 어제의 메세지창에 남아있을 그 사진 한 장이 사람을 미치게 만들었다. 그냥 어쩔도리없이 분노가 차올랐다. 슬프기도 했다.


  "제가 연락할 때까지 연락하지 마세요."
  "아카아시.. 많이 화났어..?"
  "따라오지도 마시구요."
  "아니, 내가 잘못하긴 했는데.. 그래도 나 진짜 억울한데.."
  "그럼 이만."
  "아..아카아시...!"


 애절하게 저를 부르는 보쿠토상을 뒤로 하고 한 치의 망설임없이 발을 돌려 카페를 빠져나왔다. 


 키..스...라니

 아직 나도 보쿠토상이란 못해본 걸..

 얼굴도 모르는 그 여자랑..

 단 둘이서..





 ...역시 핫초코를 시키지 않은 건 탁월한 선택이었다.


***


  "수고하셨습니다-!"
  "그래. 청소 빼고 나머지는 빨리빨리 해산해."
  "네."


 동아리 활동이 끝나고 눅진눅진한 몸을 이끌고 간신히 마무리를 지었다. 보쿠토상이 졸업하고 3학년이 된 나는 우습게도 주장을 맡고있다. 이렇게 힘없는 주장이어서야 팀에 폐가되는 건 아닐지. 

 일지도 밀린 걸 다 써놔야 할텐데 원래도 없던 의욕이 그 조금마저도 어딘론가 증발해버려서 지금 이 모양이었다. 

 축쳐진 어깨와 검은 색 오오라. 오늘만해도 벌써 몇번은 들은 말이었다.


 보쿠토상과 그렇게 카페에서 헤어지고 난 뒤 약 일주일이 지났다. 저번주 토요일에 만났었으니 오늘로 딱 6일째 되는 날이었다. 

 일방적으로 그렇게 끝을 내고 나오는 건 당연히 예의가 아니라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그 자리에 계속 남아있었더라면 제가 어떤 행동을 저질렀을지 알 수 없다.


 그 후로 핸드폰도 배터리를 분리해 책상서랍의 한 쪽 구석에 던져둔 참이어서 보쿠토상한테 연락이 왔는지 안 왔는지도 알 길이 없었다. 

 연락하지 말라고 했으니 안 하셨겠지 하면서도 막상 알림하나 떠 있지 않으면 그건 그대로 또 섭섭할 것 같다.

 그렇다고 연락이 와 있다 하더라도 제대로 된 답을 할 용기도 없으면서 말이다.

 '어쩔 수 없는 사고였으니까 괜찮아요. 다음부턴 더 조심해주세요' 하고 쉽게 용서를 할 만큼 나라는 사람은 그렇게 아량이 넓지 않았으니까. 

 무엇이든 이렇게 꾹꾹 담아만 두는 제 성격이 요근래에 들어 처음으로 원망스러웠다. 

 차라리 뱉고 나면 시원해질텐데.


  "그럼 들어가 보겠습니다."
  "그래. 컨디션 관리 좀 잘하고. 공부한다고 너무 무리하지마. 그러다 몸 상해."
  "네. 부활동에 피해가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그런 뜻은 아니다만..뭐..그래. 아프면 힘든 건 너니까 말이다."
  "...네."


 죄송합니다. 코치님. 공부때문에 그런거 아니예요.


 땀에 절은 옷을 다시 교복으로 갈아입고 터벅터벅 체육관을 벗어났다. 빨리 집에가서 한숨 잠이나 잤으면 싶었다. 

 저녁밥도 오늘은 먹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았다. 언제나 부활동이 끝나면 폭발하던 식욕이 이상하리만치 남아있지 않았다. 

 이제 거의 교문이었다. 학교를 벗어나면 집까지는 그리 거리가 멀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딱히 다를 것 없던 일상이 요 몇일은 하루가 일년같이 느껴져 우울했다.


  

 와락-

 갑자기 등뒤로 옅은 머스크향이 풍겨왔다. 이 익숙한 향기. 이 익숙한 온기. 굳이 뒤돌아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어째서 여기에?

 

  "보쿠토상..?"
  "...나 왔어.."
  "연...락..하지 마시랬더니 직접 오신건가요."
  "보쿠토상 답네요."
  "..일단 팔 좀 놓으시죠. 아직 학교입니다."


  "...케이지.. 아직도 화났어..?"
  

 화요? 당연한 거 아니예요? 전 아직 보쿠토상이랑 볼뽀뽀도 못해봤다구요.


  "안 났어요."
  "정말?"


 그럴리가 없잖아요. 내가..내가 왜 하루종일 이렇게 쳐져있었는데. 다 보쿠토상 때문인데.


  "아직 화 난 거같은데..?"
  "아니라니까요."
  "케이지.."
  "무슨 일로 오셨어요. 저 이제 집에 가야되니까 놔주세요." 


  "케이지 보고 싶어서 왔어-"


 화아악.. 보쿠토상이 이렇게 질러올 때면 나는 당해낼 방법이 없었다. 이런 달달한 말에는 면역이 되있질 않았다. 그래서 그만큼 효과도 충분했다. 

 간사하게도 여태 왜 속상했는지 하나도 생각나지도 않았다. 철없는 몸뚱이는 일단 얼굴부터 빨개지고 봤다.


  "나 전화도 계속 했는데 케이지 전혀 안 받고."
  "...."
  "문자도 안 읽고."
  "...."
  "얼굴도 못보고."
  "...."
  "목소리라도 듣고 싶었는데..."
  "...."

  "응, 지금 이렇게 봐서 행복해."


 울컥하고 목구멍이 타올랐다. 보쿠토상은 정말 기쁘다는 듯이 환하게 웃었다.

 나도 보고 싶었는데, 나도 보쿠토상 목소리 듣고 싶었는데, 나도 지금 행복한 것 같은데, 가슴이 벅참에도 벅차니까 또 말을 꺼낼 수가 없어. 


  "많이 보고 싶었어."


 왜 괜히 심술만 부려서 연락이나 하지말라고 하고, 보쿠토상이 이렇게 찾아오게 만들고, 보쿠토상 질투해서 그런거라고, 내가 너무 좋아해서 그런거라고 말해주고 싶었는데 또 눈물이져서 말을 할 수가 없어.

 

  "내가 잘못했어. 미안해, 케이지. 다음부턴 절대 이런 일 없게 할게."


 정말 눈물이 난다구요, 보쿠토상.


  "흡..흐윽..."
  "케이지..?"
  "흐으으...흑..보쿠토사앙.."


 결국 꾹꾹 담아둔 마음들이 홍수처럼 터져나왔다. 일주일간 절정에 달했던 스트레스가 터져버렸다. 학교 앞 길 한복판에서 큰 보쿠토상 품에 안겨 어린애처럼 울었다. 


  "케..케이지? 왜 그래? 울지마. 그렇게 많이 화 났어?(안절부절)"
  "흑..내가 잘못했어요...흐으.."
  "응..?"


  "내가 흑.. 나쁜 말도 하고.. 전화도 안 받고.. 흑.. 문자도 안 받고..흐으... 그래도 지금 오면 어떡해요..흐윽...더 ..흡 빨리 왔었으면...안 울을..하으.."
  "어어.. 케이지, 울지마. 응? 내가 늦게와서 미안해."
  "하윽..아니라구..(퍽퍽)흑 아니라구요... 내가 잘못했다구요...흐으윽.."
  "케이지..그만 울어.. 눈 빨개지잖아.."


  "흐으으.. 그래요.. 내가 질투해서 그랬어요..흑.. 나는.. 나는 아직 보쿠토상이랑, 흑, 뽀뽀도 못해봤는데에..."
  "...."
  "흡..흐윽..? 보쿠토상..?"


 읍. 한 순간 히끅거리며 울음을 내뱉던 시끄러운 입이 보쿠토상의 입에 먹혀버렸다. 

 첫키스였다. 입술을 맞대고 숨결을 나누고 달콤한 실이 얽히고-

 혹시 무서워할까 조심스레 내 목뒤를 받치고 있는 보쿠토상의 손에선 작은 떨림이 느껴졌다. 

 금세 힘이 풀려버린 다리탓에 이미 허리에도 그의 단단한 팔이 감겨있었다. 놀랄만큼 부드러운 따뜻함에 가슴이 벅찼다. 

 아- 이런 사람이 나를 좋아해주고 있구나, 하고.

 그 와중에 울어서 빨갛게 부어올랐을 눈가가 혹여 못생겨보이지는 않을까 또 걱정도 됐다. 혼란스럽고 눈물나고 행복하고 달고 단 첫키스.


 그렇게 처음 맛본 키스의 맛은 섹시한 머스크향이었다.
  







 나도 많이 사랑해요. 보쿠토상.






_The end







Digression_카페 그 후

/보쿠토's side


[ 1차시도 ]


뚜르르르- 

뚜르르르- 

달칵.


"야!! 이 쿠로오 새X야!!"


뚜우-



[ 2차시도 ]

 

달칵.


 "감히 전화를 끊어?"
 "아, 뭔일인데. 나 바빠."
 "바쁘긴 뭐가 바빠! 집에서 놀고 있으면서!"
 "츳키 만나기로 했거든?"
 "씨..콱 차여버려라!"
 "갑자기 전화해서 재수없는 소리하고 있어! 왜 전화 했는데!"
 "너지?"
 "뭐가."
 "너 때문에 아카아시가 화나서 가버렸잖아!"
 "뭐? 차인건 지구만. 나보고 난리야."
 "안 차였거든!!"
 "그래, 곧 차이겠네."
 "이런@6#^;:~#grz!!?!"

-

 "그래서 뭐가 문제야."
 "들켰다고. 어제 그거."
 "왜??"
 "니가 사진 보냈다며!"
 "..아... 나 때문이구나ㅋㅋ"
 "야..이 (삐-)"

-

 "아, 어쩌피 들킬거였잖아. 나 이제 나가봐야돼. 끊어."
 "아아 잠깐만! 나 어떡해??"
 "그냥 가서 사과해."
 "뭐라고?"
 "주먹밥 사줄께?"
 "우리 케이지가 너같은 줄 알아?"
 "그럼 니가 알아서 생각해. 나 이제 끊는다."
 "야..! 야..!!"

  뚜-뚜-뚜-

  .....








  아.. 진짜 어떡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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