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 캐붕에 주의바랍니다.

※오메가버스 세계관을 기반으로 합니다.

   - 마츠카와: 우성 알파 / 오이카와: 열성 오메가 +우시지마: 우성 알파

※약 5,600자 분량입니다.









약탈

마츠오이 (+우시)
















Intro.





 하아...하아...하아....




 지친 몸에 왜인지 열이 올랐다. 술기운에 조금 더운건가 싶었더니 무언가 이상했다. 아까 마신 술때문이라고 하기에는 그 정도가 조금 지나친 듯 싶었기 때문이다. 점점 빨라지기 시작한 자신의 심장소리가 위협적으로 귀에 꽂혀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전신에 열이 올라 숨도 가빠오기 시작했다. 


 오이카와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열기에 몽롱한 술기운까지 더해져 곧 정신을 놓아 버릴 것만 같았다. 시간이 갈수록 달아오르는 몸을 조금이라도 진정시켜보고자 옆에 놓인 물컵에 손을 뻗었다. 미지근한 물이 혼란속에 말라가던 식도를 타고 흘러내렸다. 시원한 청량감을 기대하고 있던 그의 얼굴에 아쉬움이 스쳤으나 이도 잠시. 오이카와는 방금 전까지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강렬한 흥분감에 가쁜 숨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히트싸이클이었다.













01. First Impressions



 키보드의 자판소리만이 정적을 메우고 있는 이곳은 오이카와 토오루가 몸담고 있는 한 회사의 사무실이다. 지치는 저녁때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건물 내부에는 생기가 없었다. 축 가라앉은 분위기는 월요일이라는 사실 하나가 직원들에게 끼치는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다시 한 번 실감케했다. 


 하지만 모두가 조용한 이 오전시간에 오이카와는 휴게실 한 구석에 서서 옆 부서 이와이즈미에게 한창 잔소리를 듣고 있는 중이었다. 본래 활발한 성격의 오이카와는 요일에 관계없이 팀의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도맡아왔으나 이와이즈미한테 붙잡혀 있는 지금은 그럴 수가 없었다. 



  "이 쿠소카와가!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듣겠냐! 매달 이러다가 내가 약 안 챙겨주면 어쩌려고 그러냐, 어? 넌 너무 오메가로써의 자각이 부족하다고."


  "앞으론 진~짜 잘 챙긴다니깐.. 잔소리는 이제 그만...응? 이와짱~"


  "사람이 말을 하면... 됐다, 됐어. 얼른 약이나 받아."


  "푸훗, 늘 먹던거네, 오늘도 00약국가서 사온거지? 오이카와씨한테 알레르기 없는 약 거기밖에 안 파니까. 역시 이와짱이야. 음음-" 


  "빨리 쳐 먹고 들어가서 일이나 해."


  "못생긴 이와짱, 너무 까칠해~ 그럼 지금보다 더 인기 없어진다고?"


  "아오...이걸 진짜..."



 곧 휴게실에서 나온 둘은 각자의 자리로 복귀해 일을 시작했다. 뒤늦게 합류한 두 개의 자판소리가 바쁘게 울려퍼졌다.




***




 인사과의 스가와라가 누군가와 함께 이리로 오는 것이 보였다. 아마도 어제 연락받았던 '그 일' 때문인 것 같았다. 사무실에 도착한 스가와라는 홍보팀 직원들을 모두 한 자리에 불러 모았다.



   "다 모였군. 어제 다들 연락받았지? 좀 이르긴 하지만 뭐 빠를수록 좋으니까. 그럼 마츠카와씨부터 인사를."


   "오늘부터 홍보 2팀 팀장을 맡게된 마츠카와 잇세이입니다. 앞으로 여러가지 부딪힐 일도 많겠지만 잘 부탁합니다."



  아직 전 팀장이 냈던 사직서에 잉크가 마르기도 전이건만 벌써 새로운 팀장이라니. 오이카와는 동료 팀원들과 같이 서서 '마츠카와 잇세이'라는 남자를 관찰하고 있는 중이었다. 전체적인 첫인상은 나쁘지 않았다. 낮은 목소리와 꾸밈없이 담백한 인사말은 그를 꽤나 믿음직스러운 사람으로 보이게 했다. 


 외모는 들은 소문대로 다소 위험해보이는 얼굴이었으나 까만 머리칼과 어우러져 충분히 섹시하게 보였다. 딱 벌어진 어깨와 180cm는 훌쩍 넘어보이는 큰 키 또한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를 이루고 있는 요소 하나하나가 그가 완벽한 알파임을 주장하고 있는 것 같았다.



  "마츠카와씨, 여기는 홍보 2팀 매니저, 오이카와."


  "처음 뵙겠습니다, 오이카와 토오루라고 합니다."



 오이카와는 사람좋게 웃으며 악수를 건넸다. 



  "잘 부탁해요."



  싱긋 웃으며 손을 맞잡은 그의 모습에서 느긋한 여유가 흘러넘쳤다. 



  "일 관련해서 잘 모르는 것들은 다 오이카와한테 물어보면 돼요. 얘가 좀 가벼워 보여도 일은 잘하거든요, 쿡쿡. 난 바빠서 이만 가볼테니까 오이카와, 네가 다른 직원들 소개 좀 해줘."


  "알았으니까 스가와라군은 얼른 가봐."


  "그래, 나중에 보자."



 스가와라가 돌아가고, 오이카와는 마츠카와에게 홍보 2팀의 직원들을 소개시켜 주었다. (옆 부서인 홍보 1팀의 소개는 이와이즈미가 대신 해주었다.) 팀원들 한 명, 한 명과 모두 인사를 마친 마츠카와는 잠시 본인의 책상을 정리하는가 싶더니 곧 오이카와에게 일을 가르쳐줄 것을 부탁했다. 자신의 새로운 상사를 시험해볼 기회를 포착한 오이카와는 흥미로운 놀거리를 발견한 어린 아이같이 장난끼를 가득 담은 얼굴로 그의 부탁에 응해주었다.


 기본적인 일거리를 일러주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않아 오이카와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마츠카와의 적응력은 기대이상이었다. 첫인상부터도 일을 못하는 사람처럼 보이진 않았지만 이 정도로 수월하게 진도가 나갈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이 정도 속도라면 별도의 적응기간이 필요치 않을 것 같았다. 마츠카와는 문제이해도는 물론 이거니와 자료분석력 또한 발군이었다. 지금 막 다른 부서에서 왔다고 하기엔 처음 입사때부터 지금까지, 쭉 홍보팀에서 일해온 몇몇 사원들보다도 더 나아 보였다.


 사실, 마츠카와 이전의 팀장이 다소 무능력했던 탓에 갖은 노력을 쏟아부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간 오이카와의 능력은 빛을 보지 못 했었다. 잘못된 인재사용의 피해자였던 그로서는 새 팀장이 일을 잘한다는 것은 꽤나 반가운 일이었다.






 



02. Conflict



 새 팀장이 부임해온지 어언 한 달. 전보다 훨씬 바빠지긴 했지만 요즘의 오이카와는 일할 맛이 났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직원 간의 자유롭고, 수평적인 관계를 지향하는 마츠카와의 가치관 덕에 업무실적은 물론이고 전체적인 팀의 분위기까지 많은 부분들이 바뀌어갔다. 집단에 있어 사람 한 명이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 이제야 실감이 났다. 



  "오이카와, 잠깐 기획팀 좀 다녀올테니까 시간되면 나 빼고라도 바로 회의 진행해."



 오이카와와 그의 관계도 급속히 진전됐는데, 몇 차례의 술자리가 그 계기가 되었다. 서로를 부르는 호칭은 물론이고, 반말까지도 편히 하게되었다. 둘의 나이가 같았다는게 친해지게된 가장 큰 이유였지만, 이 역시 마츠카와가 용인해주지 않았더라면 그저 딱딱한 상하 관계로 남았을 것이다. (물론 오이카와의 회사에서 팀장과 매니저의 관계가 다른 수직관계보다 절대적이지는 않았지만 이런 경우는 매우 드문 편이다.)



  "기획팀? 거긴 뭐하러?"


  "아아. 새 프로젝트가 맘에 안드는 부분이 좀 많더라고."


  "헤에- 그거 다 수정하려면 고생 좀 할껄? 거긴 무지막지한 와카짱이 버티고 있으니까."


  "와카짱? 기획 2팀 팀장인가?"


  "확실히 맛층은 오늘 처음 보겠네. 우시지마라고 눈새... 아니아니 고고한 백조같은 거 한 마리 있어. 가보면 알아."



 평가가 조금 험해보여도 이런 말을 하는 오이카와의 얼굴에는 기분좋은 웃음이 서려있었다. 결코 나쁜 뜻으로 하는 얘기가 아니란 뜻이었다. 그에게 '우시지마'라는 사람이 특별한 존재라는 것을 어느정도 짐작할 수 있었다.



  "큭, 네가 그렇게 말하니까 어떨지 더 궁금하네. 그럼 되도록 시간맞춰 갈테니까, 내 회의자료도 같이 챙겨줘."


  "오케이-"




 ***




 오이카와는 아무도 없는 회의실에 혼자 앉아 시계를 쳐다보고 있었다. 약속시간까지 돌아오지 않은 마츠카와를 두고 시작되버린 회의는 그냥저냥 끝나버렸고, 이제 몇 분만 지나면 이 회의실도 다른 팀에게 비워줘야했다. 생각보다 일이 많이 틀어진건지 그에게선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결국 자기자리로 돌아온 오이카와는 샘솟는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경영전략팀에 있는 제 대학동기, 다이치에게 메일을 보냈다.(경영팀과 기획팀은 같은 9층에 위치해있다. 참고로 홍보팀은 5층이다.)



  [ 사와무라군~ 윗층에 무슨 일있어? 맛층이 기획팀갔다가 온다더니 회의도 다 빠지고, 아직까지 안 돌아왔단 말이지- ]


  [ 지금 비상이다. 너 절-대 여기 올라올 생각하지마라. ]


  [ 에~? 뭐야, 무슨 일인데? ]


  [ 하아- 아까 너희 팀장이랑 우시지마랑 한바탕했어. 네가 맛층이라는 그 사람, 우성이더라. 층 전체가 두 사람 페로몬으로 꽉차서 환기 중이야. 창문 열어놓은지 한 20분은 더 지난 것 같은데, 둘다 우성이라 그런지 아직도 머리가 아파. ]


  [ 맛층이랑 우시와카랑 싸웠단 얘기야? 아니 대체 왜?? ]


  [ 왜 그랬는지 자세한 건 나도 잘 모르겠고, 더 심해지려는 걸 다른 직원들이 겨우 말려놨어. 지금 3층이랑 7층 격리실에 따로 보내졌는데, 둘다 아마 사고 경위서 쓰고 있을거야. ]



  오이카와의 회사는 오메가에 대한 보호 시설이 잘 되어있는 편이었기에 오메가의 히트싸이클과 그에 따른 알파의 폭주에 대비하여 3층의 의무실과 7층의 휴게실 옆에 격리실을 함께 두고 있었다. 우성알파끼리 싸움이 났으니 각각 다른 층으로 보내진 것 같았다.



  [ 아_ 정말__ 오이카와씨가 그렇게 말했는데 우시와카 이 자식은 뭔 짓을 하고 다니는 거야! 맛층도 우성인줄은 알았지만 이러면 좀 실망스러운걸.. ]


  [ 두 사람 다 네가 잘 좀 커버해라. 다음부터 우리 층 올라올 일 있으면 되도록 네가 올라오고. 서로 아예 안 보는게 나을 것 같다. ]


  [ 아무래도 그래야 될 것 같네- 그럼 고생해, 사와무라군. ]


  [ 그래. 너도 고생해라. ]

 


 메일을 종료한 오이카와는 한숨을 내쉬었다. 요즘 좀 잘지내나 싶었는데 하필 문제를 일으킨 장본인 두 명이 모두 제 사람이라니. 누굴먼저 달래줘야 할지, 귀찮음이 밀려들었다. 고개를 뒤로 젖히고 앉아 잠시 고민하던 오이카와는 먼저 마츠카와를 데리러 가기로 마음먹었다. 둔한 우시지마야 회사만 끝나면 기분을 풀어주는 것 정도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마츠카와는 달랐다. 그의 팀에 하나밖에 없는 팀장이었다. 이 이상 시간이 지체되어 일에 지장이 생긴다면 곤란해지는 건 오히려 오이카와의 쪽이었다. 물론 오메가인 그가 페로몬이 폭주한지 얼마 되지 않은 우성알파를 찾아간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었지만 가만히 놀고 있을 수 만은 없었다. 


 정 안되면 의무실 직원에게 마츠카와를 불러달라고 부탁하면 그만이었다. 거기까지 생각을 마친 오이카와는 마츠카와가 경위서를 쓰고 있을 3층 격리실로 향했다. 투덜투덜 아무도 들어주지 않을 불평과 함께 아래층으로 내려가던 오이카와는 누군가에 의해 앞을 가로막혔다. 우시지마였다. 



  "엣? 우시와카군이 왜 여기 있어? 맛층이랑 싸웠다며, 얘기 다 들었다고. 내가 그렇게 주의를 줬는데도 이런 일을 벌이다니, 와카짱은 바보예요? 경위서는 다 쓰고 내려온거고? 정말이지, 오이카와상이 얼마나 놀ㄹ..."

  

  "토오루, 잠시 자리를 옮기지. 할 말이 있다."


  "갑자기 뭐야- 사람이 기껏 걱정해주고 있었는데!"


  "...."


  "..정말이지... 그럼 옥상으로 가."




***




 깜깜한 계단을 올라, 삐걱이는 철제문을 열자 아무것도 없는 휑한 옥상이 보였다. 저녁이 되어 쌀쌀해진 날씨에 옥상에는 한기가 돌았다. 오이카와는 어두워지려는 하늘과 살갗을 스치는 차가운 바람에 왠지 모르게 기분이 나빠졌다.



  "그래서, 할 얘기란게 뭔데?"


  "...."


  "저기요~ 와카짱?"


  "......"


  "계속 입다물고 있을거야? 나 간다?"


  ".....후우.."



 오이카와는 한참을 뜸만 들이고 얘기를 하지 않는 우시지마에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 대체 얼마나 심각한 얘기길래 평소에 눈치라곤 약에 쓸래도 없는 이 백조 한 마리가 이렇게까지 말을 아끼나 싶었다.



  "아씨, 무슨 일인데. 나 바쁘다고!"


  "토오루."


  "그래. 나, 뭐, 왜. 말을 하라고, 말을-"






















  "...마츠카와와 잤다는게 사실인가?"






_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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