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 욕설, 캐붕에 주의바랍니다.

※오메가버스 세계관을 기반으로 합니다.

   - 마츠카와: 우성 알파 / 오이카와: 열성 오메가 +우시지마: 우성 알파

※약 6,300자 분량입니다.
















03. Blue



 오이카와는 멀쩡하던 귀가 의심스러웠다. 어이가 없었다. 기껏 심각한 얼굴을 하고선 뜬금없이 하는 얘기가 저와 마츠카와가 잤느냐니. 당황스러움에 절로 눈썹이 찌푸려졌다.


 

  "....그게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야, 그런 재미없는 농담에 어울려줄만큼 오이카와씨는 한가하지 않답니다, 우시와카군~"


  "...."


  "그럼 할 말은 다했지? 쯧- 괜히 시간만 낭비했잖아~ 나 갈꺼야."


  "기다려라, 토오루. 똑바로 대답해. 나는 지금 농담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이런 게 농담이 아니면 대체 뭐야? 큭큭. 어디서 그런 바보같은 소리를 들었는진 잘 모르겠지만, 나에 대한 신뢰가 그 정도밖에 안됐다니 정말 실망이야, 와카짱~"


  "...."


  "하하..뭐..야... 내가 진짜 맛층이랑 잤다고 생각하는거야?"


  "...."



  오이카와의 얼굴이 조금씩 굳어갔다.



  "에이- 설마..아니지? 와카짱이 질투에 눈이 멀어버린..."


  "오이카와, 나는 진지하게 묻고있는 거다!"



  진심으로 그를 의심하는 듯한 우시지마의 태도에 장난으로 이 상황을 넘기려던 오이카와는 급속도로 화가 치밀어오름을 느꼈다.가뜩이나 지치는 저녁시간이었으니 조그만 자극에도 감정이 폭발하기 마련이다.



  "...하- ...지금... 오이카와라고...갑자기 무슨.. 이름조차 부르기 싫다는거야?"


  "...."


  "갑자기 내가 더러워보여? 그래?"


  "그런 뜻이 아니잖아! ..후우... 그러니까 처음부터 네가 진지하게 얘기를 했으면 되는거다."


  "...X발, 지금 그딴 거지같은 질문을 내뱉어놓고 진지? 내가 무슨 대답을 해주길 바라는데? 안 잤어, 안 잤다고! 애초에 대답한들 믿어주기는 할거야?"


  "....."


  "무슨 말이라도 해봐! 그런 근거도 없는 소리, 덥썩덥썩 믿을 만큼 내가 그렇게 못 미덥느냐고!"



 점점 그의 언성이 높아졌다. 자신을 내려다 보는 우시지마의 떨리는 눈동자가 거슬렸다. 배신감에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저를 보는 얼굴이 원망으로 가득했다. 오이카와는 자신이 왜 이런 취급을 받아야만 하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나도.. 나도 당연히 널 믿고 싶었다. 그런 쓰레기같은 말들, 전부 믿고싶지 않았단 말이다!"


  "그럼 그냥 날 믿었으면 될 거 아니야! 대체 뭐가 문제야!"



 우시지마는 바지 뒷주머니에서 하얀 봉투를 꺼내들었다. 어디서나 볼 수 있을 법한 흰 우편봉투였다. 꽤나 험하게 다뤄진듯 여기저기 구겨지고 흠집이 가득했는데, 무엇이 들었는지 나름 두께가 있어보였다. 이미 너덜너덜해진 입구를 벌린 우시지마는 봉투를 잡고 내용물을 바닥에 쏟아버렸다. 봉투 안에서는 수십 장의 사진이 떨어져내렸다.



  "이게 뭐하는 짓이야, 망할 놈아! 그냥 보여주면 될...."



 떨어진 사진을 주우려 허리를 숙이던 오이카와는 혼란에 휩싸였다. 떨리는 손으로 이리저리 흩어진 사진 몇 장을 집어 들었다. 이번엔 귀가 아니라 제 눈을 의심해야 할 판이었다. 



  "이게....이게 뭐야.. 이런 말도 안되는.."


  "오이카와, 제대로 설명해라. 내가 납득할 수 있도록."


  "...."



 오이카와는 바닥에 주저앉아 아무런 말도 꺼낼 수가 없었다. 제대로 된 설명은 우시지마가 아니라 저한테 더 필요했다. 수십 장에 사진에 박혀있는 것은 모두 오이카와 자신이었기 때문이다.



  "이거..다 어디서 난거야?"


  "지금 그게 중요한가? 들어줄테니 어서 변명이라도 해보란 말이다."


  "나보고 무슨 변명을 어떻게 하라는 거야! 나도..나도 모르는 사진이야, 다 모르는 사진이라고!"


  "고작 모른다는 말 한마디로 이 모든 증거를 부정할 생각인가? 그걸로 내가 납득할 수 있을거라 생각하나, 오이카와!"



 상황이 험악해짐에 따라 우시지마의 목소리도 점점 커져갔다. 조용했던 옥상이 두 사람의 분노어린 고함소리로 시끄러웠다.



  "그럼 나보고 뭘 어쩌라는 거야! 정말 다 모르는 일이야. 설명을 듣고 싶은 건 오히려 내 쪽이라고!"


  "네가 모르면 대체 누가 안다는 거지? 그런 시덥잖은 소리는 집어치워!"


  "모른다고! 몰라! 너야말로 이거 다 어디서 났어? 다 니가 찍어놓고 이러는거 아냐? 전부 우리집에서 찍힌 사진뿐이잖아! 여태 니 새끼말고는 아무도 우리집에 들어온 적 없었어!"


  "지금 날 의심하는 건가? 정말이지 어이가 없군. 정말 내가 찍었다면 여기서 이러고 있을 이유가 없다!"


  "으득.. 어쨌든 난 모르는 일이야. 이런 짓 한 적 없어. 합성이 아니고서야..!"


  "큭, 지금 합성이라고 했나? 겨우 생각해낸 변명이 그건가?"


  "...."



 우시지마가 조소를 흘렸다. 가소롭다는 태도로 오이카와를 내려다 보는 그의 눈빛이 점점 식어갔다.



  "그런 기본적인 것도 확인해보지 않았을 것 같나? 사진을 처음 본 순간. 그 누구보다도, 내가, 가장, 합성이길 바랬다. 오이카와."


  "...."


  "더 이상.. 납득할만한 설명은 할 생각이 없나보군."


  "..그러니까...그 설명이 제일 필요한건 나라고!"


  "이제 됐다. 그만 두지. 질렸어."


  "..그게 무슨...지금 헤어지잔 소리야?"



  복잡한 표정의 오이카와를 뒤로하고, 우시지마는 문을 향해 돌아섰다. 


  

  "....잠시..서로 시간을 갖지."


  "...."



 터벅터벅. 옥상에 발소리가 울려퍼졌다. 






***






 화나고, 억울하고, 우울한 종잡을 수 없는 기분상태를 간신히 가라앉히고 옥상에서 내려온 오이카와는 화장실에 틀어박혀 우시지마가 제게 버려두고간 사진을 뜯어보는 중이었다. 정작 사진 속 당사자는 그 장면들에 대해 아무런 기억이 없었으나 참 다양하게도 찍혀있었다. 하나같이 외설스럽기 그지없는 제 모습들에 우시지마가 화를 낸 것도 조금은 이해가 갔다. 그러나 하나 의문스러운 건 사진 속에서 저와 같이 있는 인물을 왜 '마츠카와'로 생각했냐는 것인데, 아무리 살펴봐도 이 의문의 남자가 '마츠카와'로 보일만한 단서는 찾을 수가 없었다. 극심한 혼란 속에 머릿속이 심연으로 빠져들어가려던 찰나, '달칵' 화장실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오이카와, 여기 있어?"


 "맛층?"


 마츠카와가 저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시간이 지나도 안보이니 찾으러 온 모양이었다. 오이카와는 들고 있던 사진들을 황급히 품속으로 갈무리했다.



 "거기서 뭐해? 빨리 나와. 한참 찾았잖아. 안 그래도 나 때문에 밀린게 많아서, 제 시간에 퇴근하려면 지금부터해도 힘들어."

 


 끼익. 잠깐 사이 한껏 초췌해진 오이카와가 문을 열고 나왔다. 그 모습에 걱정이 됐는지 마츠카와가 말을 건넸다.



  "뭐야, 갑자기 왜 이렇게 얼굴이 상했어? 어디 아파?"


  "아니이- 세수만 하고 갈테니까, 맛층 먼저 가."


  "흐음.. 진짜 괜찮은 거 맞아?"


  "아아- 괜찮다고, 안 아프니까 빨리 가. 할 거 많다며."


  "그럼 먼저 갈테니까, 빨리 와."


 

 마츠카와가 먼저 돌아가고, 세면대에 서서 한숨을 내쉰 오이카와는 물로 세수를 했다. 차가운 게 닿으니 집 나갔던 이성이 조금 돌아오는 것 같기도 했다. 물이 뚝뚝 떨어지는 얼굴을 대충 닦아내고 옷매무새를 단정히 했다. 사실, 아까 마츠카와에게 물어볼 것이 많았지만 지금은 일이 먼저였다. (피폐해진 정신에 섣불리 물어봤다가 마츠카와와 마저도 감정이 상할까 두렵기도 했다) 오이카와는 천근만근으로 무거워진 몸을 이끌고 제자리로 돌아갔다.






***






 어느새 퇴근시간을 훌쩍 넘긴 9시 40분. 홍보 2팀 직원들은 이제서야 하루동안 업무로 굳은 몸을 풀고있었다. 



  "다들, 수고했어. 나 때문에 이렇게 늦어져서 미안하네."



 뻐근해진 목 뒤를 주무르던 마츠카와가 말했다.



  "그럼 내일 점심은 팀장님이 쏘시는 걸로!"


  "하하. 그래. 늦어서 깜깜하니까 조심해서 퇴근들해."


  "네-"


 

 다른 직원들이 하나둘 자리를 뜨고, 일을 마친 오이카와도 퇴근 준비를 서둘렀다. 격한 사랑싸움에 야근까지, 오늘은 지난 몇 년을 포함해 손에 꼽힐만큼 힘든 날이었다. 오이카와는 집에 가는 길에 맥주라도 한 캔 사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우울함을 달래줄 무언가가 필요했다. 퇴근 준비를 마치고 사무실을 나가기 위해 겉옷을 챙겨 입었다. 밤이라 꽤 쌀쌀할 터였다. 남은 직원들에게 간단한 인사말을 건네고 바로 사무실을 빠져나왔다. 느릿느릿 올라오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면서 또 운전해 집까지 갈 생각을 하니 더욱 피곤이 몰려왔다. 



  "어이, 오이카와!'

 


 멀리서 누군가가 자신을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뚜벅이는 구두소리가 금세 가까워져 곧 오이카와의 옆에서 멈춰섰다. 마츠카와였다.



  "에- 뭐야. 맛층?"



 평소와 달리 우울에 찌든 오이카와에게 씩 한번 웃어보인 마츠카와는 그의 어깨에 팔을 둘러왔다. 



  "오이카와, 오늘 술 한 잔 어때?"










04. Estrus



 쪼르륵. 작은 소주잔에 술 따르는 소리가 맑았다. 오이카와는 회사 근처 포장마차에서 취해가는 중이었다. 포장마차에 도착해서 안주도 없이 술만 마시더라니, 온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상당한 양을 먹어치운라 빈 잔을 채우는 오이카와의 얼굴은 빨개진지 오래였다. 그에 반해 비슷한 양을 마신 마츠카와는 기분이 좀 좋아보일 뿐 별로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



  "맛츠~응~ 오늘 내가아~ 너어~무 힘드러써어..."


  "쿡쿡, 완전 취했네. 뭐가 그렇게 힘들었는데?"



 술에 취해 발음이 어눌해진 오이카와를 보는 마츠카와의 얼굴에는 작은 웃음이 서려있었다. 아마도 그간의 회식자리에선 팀의 분위기 메이커답게 모두를 휘어잡고 놀던 그였기에 이렇게 술에 취해 무방비하게 널브러져 있는 모습이 생소했기때문이리라.



  "아니이~ 망할 새새끼가~ 나보고 바람폈다 그러자나! 그..그.."


  "우시지마 팀장?"

  

  "그래! 그 놈! 새주제에 막 나한테 사진 지버던지고-! 소리도 지르고오-!! 내가 얼~마나 억울했게써... 맛츠응~"


  "큭, 아 진짜 귀여워 죽겠네. 니가 혼내주지 그랬어."


  "나도 그러고 시펐는데에.. 사지니.... X발...그거때메 머가 먼지 다~ 모르게써서..."


  "큭큭."


  "아니이~ 맛츠으! 우찌만 말고오~! 내 얘기 좀 드러봐봐~ 오이카와씨가- 오늘 너어~무 힘드러따니까?"


  "큭큭큭. 그래, 많이 힘들었나보네."


  "그러타니까! 그..그 백조시키가......"



 이러기를 몇 분, 오이카와의 반복되는 술주정을 받아주고있는 마츠카와는 왜인지 기분나쁜 기색이 전혀 없었다. 오히려 꽤 즐거워 보이기까지했다. 그 후, 똑같은 투정이 반복되길 서너번. 결국 오이카와는 제 풀에 지쳐 골아 떨어지고 말았다. 야근 후에 이렇게 스트레이트로 마셔댔으니 지금까지 안 뻗고 버틴게 더 용했다. 



  "오이카와-"


  "...."


  "오이카와, 자?"


  "....zzz"


  "아아 드디어 자나보네, 이제 집으로 가자. 여기, 계산이요."







***






 흔들리는 느낌에 잠에서 깬 오이카와는 눈을 느리게 깜박였다. 언제 온건지 주변에 보이는 풍경은 그가 사는 동네 근처였다. 마츠카와의 등에 업혀 자신의 집까지 운반된 오이카와는 차가운 밤길을 지나는 동안 조금씩 술이 깨어, 거의 도착했을 즈음에는 몸은 좀 비틀거리긴 했지만 정신은 기분좋게 알딸딸한 술기운만이 남아있었다. 딱 자면 좋을 것 같았다. 오이카와를 침대에 눕힌 마츠카와는 이마에 흐른 땀을 닦았다. 오이카와가 아무리 예쁘게 생겼다고 해도 남자는 남자였다. 기본적인 체격이 있으니 건장한 성인남자가 그렇게 무겁지 않을리가 없었다. 



  "오이카와, 물 좀 마셔. 난 방금 마셨어."


  "땡큐-"


  '꿀꺽꿀꺽'


  "아, 맛층. 땀났으니까 샤워하고가. 찝찝하잖아."


  "흐응. 그래도 돼? 그럼 나야 고맙지."


  "뭐.. 할 얘기도 좀 있고.. 수건은 욕실 안에 있어."


  "쿡쿡, 그럼 씻고 나올께."



 조용한 방안에 물소리가 퍼졌다. 오이카와는 침대에 가만히 누워 천장을 바라봤다. 피곤한 몸이라 자고 싶긴 했지만 우시지마와 싸운 일은 계속 물어보고 싶었다. 대답을 들어야 직성이 풀릴 것 같았다. 



  '맛층이 나오기 전까지 절대 자지말아야지.'



 계속해서 감겨오는 눈꺼풀에 온몸으로 침대 위를 뒹굴거리던 오이카와는 갑자기 뭔가가 잘못되었음을 느꼈다.



  '하아...하아...하아....'



 이미 지칠대로 지친 몸에 왜인지 열이 올랐다. 술기운에 조금 더운건가 싶었더니 무언가 이상했다. 아까 마신 술때문이라고 하기에는 그 정도가 조금 지나친 듯 싶었기 때문이다. 점점 빨라지기 시작한 자신의 심장소리가 위협적으로 귀에 꽂혀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전신에 열이 올라 숨도 가빠오기 시작했다. 오이카와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열기에 몽롱한 술기운까지 더해져 정신을 놓아 버릴 것만 같았다. 시간이 갈수록 더욱더 달아오르는 몸을 조금이라도 진정시켜보고자 마츠카와가 가져다준 물컵에 손을 뻗었다. 


 미지근한 물이 열기에 말라가던 식도를 타고 흘러내렸다. 시원한 청량감을 기대하고 있던 그의 얼굴에 조금의 아쉬움이 스쳤으나 이도 잠시. 오이카와는 방금 전까지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강렬한 흥분감에 가쁜 숨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히트싸이클이었다.








_continued


※<주의>다음 편은 수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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