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 캐붕에 주의바랍니다.

※오메가버스 세계관을 기반으로 합니다.

   - 마츠카와: 우성 알파 / 오이카와: 열성 오메가 +우시지마: 우성 알파

※약 8,200자 분량입니다. 










Epilogue. : Matskawa's






  "처음 뵙겠습니다, 오이카와 토오루라고 합니다."



 오이카와와의 첫 만남은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좋은 편이었다. 남자치고 미형의 얼굴을 가진 오이카와에게선 미약하지만 상큼한 민트향이 났다. 귀여운 제 얼굴과 너무도 잘 어울리는 페로몬향이었다. 그의 페로몬을 좀 더 느끼고 싶었다. 내밀어진 오이카와의 손을 맞잡고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시원한 민트향과 동시에 다른 알파의 페로몬이 코를 찔렀다. 



  '큭, 영역표시 하나는 확실하게 해놨군.'



  나와 같은 우성알파인듯 일반 열성알파들의 페로몬보다 그 존재감이 강렬했다. 지독한 냄새에 찌푸려지려는 얼굴을 간신히 참아내고,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잘 부탁해요."



 앞으로의 회사생활이 재밌어질 것 같았다.




***

 



  홍보 2팀에 부임하고 어느덧 일주일이 지났다. 이리저리 쏘다니는 그를 관찰하느라 시간가는 줄 모르게 지낸 것 같다. 오이카와는 활발한 성격의 소요자였고, 친분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웃음이 헤펐다. 특유의 말투 때문인지 평소의 이미지는 좀 가벼워 보여도, 일에 관해서는 확실했다. 기분 좋은 민트향도 여전했다. 물론, 그 알파의 냄새 또한.



 오늘은 회식이 있는 날이었다. 오이카와의 제안으로 결정된 이번 술자리는 내 환영회가 그 목적이었다. 사실 이미 했어야 하는게 맞지만, 내 적응기간이었던 지난 일주일은 팀 전체가 매우 바빴기 때문에 미루고 미루다 오늘에서야 하게 된 것이었다. 


 홍보 2팀 직원들은 각자의 업무를 마치고 하나둘 회식장소로 향했다. 회식장소는 회사 근처의 한 고깃집이었다. 직원들 모두가 나가는 걸 확인한 뒤, 나 역시 하던 작업을 마무리짓고 겉옷와 가방을 챙겨 사무실을 나왔다. 짧은 복도를 지나 엘리베이터 타는 곳으로 가자, 우리 팀 직원 두 명이 보였다. 히나타와 카게야마였다. 

 

 팀에서 가장 막내인 두 명은 온 직원의 귀여움을 받고 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히나타는 원체 성격이 발랄해서 어딜가나 여직원들의 관심을 받고는 했다. 귀여운 남동생같다나 뭐라나. 지금도 딱딱한 인사만을 건네는 카게야마와는 달리 양팔을 좌우로 방방 흔들며 나를 부르고 있었다.



  "어, 팀장님-! 아직 안가셨네요?"


  "자료정리가 덜 끝나서, 마무리 좀 하느라고. 너희는 왜 아직도 여기있어?"


  "저희도 일이 좀 생겨서요, 하하.. ////"

 

  "무슨일ㅇ... 잠깐 히나타, 얼굴 빨간거 같은데 어디 아픈 건 아니고? 많이 힘들면 별로 무리하지 않아도 돼."


  "ㄴ..네, 네? 아뇨아뇨, 괘..괜찮아요! 저 완전 멀쩡해요!!"


  "흐음, 그래?"



 히나타의 눈에 띄게 빨개진 귀와 말을 더듬거리는 모양새는 '나 지금 얘랑 부끄러운 짓하고 왔어요' 라고 온 힘을 다해 외치고 있었지만, 누군가로부터 느껴지는 날선 눈빛이 우스워 그냥 못 본척 지나가주기로 했다.



  "아하하.. //// 그..그것보다 처음이라 가는 길 잘 모르시죠? 저희랑 같이 가시면 되겠다, 제가 안내해드릴께요!"


  "그럴래? 그래주면 나야 고맙지."


 "잘됐다. 그치, 카게야마?"


  "어, 그래. 잘됐네."



  잠시후, 엘리베이터가 도착했고, 우리를 태운 기계는 5층에서 4층으로, 4층에서 3층으로, 착실히 아래를 향해 내려갔다. 



  "........."



 상사에 대한 기본적인 불편함은 숨길 수 없는 듯 엘리베이터 안은 조용하기만 했다. 거의 1층에 다다를 때쯤, 히나타가 어색한 공기에 숨이 막혔는지 결국 카게야마에게 소곤소곤 말을 걸었다.



  "..그러니까 오이카와상, 옆에 다가가기 너무 힘들다고.."


  "히나타, 이 바보가- 어쩔 수 없잖아. 참아."


  "그래도.. 요새 더 심해지신 것 같단 말이야! 저번 회식때처럼 옆자리 앉게되면..아아, 이번엔 정말 못 견딜거라구.."


  "그렇게 되면 내가 바꿔줄테니까, 그냥 가만히 있어."


  "정말? 다행이다~ 땡큐, 카게야마!"


 

 히나타의 입에서 나온 오이카와의 이야기에 귀가 쫑긋했지만, 관심없는 척 가만히 있었다. 다가가기가 힘들다라.. 아마 오이카와에게서 느껴지는 우성알파의 냄새 때문일 것이다. 나 역시도 거슬릴 정도였으니 말이다. 




***




 회사를 벗어나 부지런히 걸으니 곧 회식장소에 다다랐다. 그리 멀리 떨어진 곳이 아니었기에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내가 비어있던 오이카와의 옆자리에 앉자 본격적인 회식자리가 시작되었다. 히나타는 오이카와의 옆자리를 피했음에 눈에 띄게 안심하는듯 했다.

 형식적인 겉치레. 그러니까 환영인사를 마치고 술이 한 잔씩 돌아가자 분위기는 더욱 무르익었다. 다른 테이블도 시간이 시간인지라 가게 전체가 떠들썩했다. 여느 회사의 회식자리답지 않게 다들 즐거워보였다. 다른 곳보다 팀원간 소통의 자유로움이 보장되있는 만큼 직급에 따른 강압적 관계는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그저 마시고 즐길뿐이었다.


 오이카와는 시끄러운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었는데, 우리 팀의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오이카와가 전부 만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자, 이번 판도 카게야마 당첨~!!"


  "푸핫, 너 진짜 게임 못한다."


  "이 히나타 바보가..! 그런건 나도 알고 있거든!///"


  "카게야마- 남자는 무조건 원샷이다, 원샷!"


  "자자, 쭉 들이켜 토비오군- 오이카와씨가 특별히 신경써서 말았다고?"


  "말기는 무슨.. 소주밖에 없잖아.."


  "흐응~ 토비오군 뭐라고~? 오이카와씨의 애정이 더 필요한가봐?"


  "아 정말...사양하겠습니다. 꿀꺽꿀꺽, 탁-"


  "오오, 카게야마 남자네-!!"


  "자자, 원샷받고 빨리 다음판가자고~ 카게야마 나사풀리는 거 볼라면 아직 멀었어, 큭큭."



 오이카와의 얼굴에 드러난 그 특유의 자신감넘치는 표정은 야무지게 들고있는 소주병과 달리 놀랄만큼 청량했다. 곁에 있으니 미약하게나마 맡아지는 오이카와의 페로몬향 또한 상쾌해서 술이 들어갔음에도 되려 머릿속이 맑아지는 기분이었다. 그에게서 느껴지는 화한 민트향은 그렇게 야하다고도 할 수없는 향이었거니와 그 농도 또한 질척함 하나 없는 매우 옅은 페로몬이었지만 나에겐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한 소유욕을 불러일으켰다. 


 사실 페로몬향뿐만 아니라 오이카와의 모든 것에 집착이 갔다. 어쩌면 처음 만났을 때, 제가 흥미를 느꼈었다는 데에서부터 이렇게 관심이 깊어질 것이란 것은 자명한 일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지난 일주일간 그를 지켜보면서 이 소유욕은 확실히 그 형태를 드러내왔는데, 얼마 마시지도 않은 알코올에 취해버린 탓일까 지금에야말로 존재감이 한층 강렬해졌다. 아아, 정말 취해버린 건지도-


 시간은 빠르게 흘러 벌써 9시를 훌쩍 넘긴 시각이 되었다. 시계바늘이 이제 귀가할 때가 되었음을 알려왔다. 다들 간만의 회식에 술을 거나하게 들이부었던터라 얼굴색이 엉망이었다. 몸도 가누기힘들만큼 취한 사람들도 있었기에 몇 사람씩 짝을 지어 귀가팀과 2차를 갈 사람들을 나눴다. 


 오이카와는 역시나 2차팀이었다. 생각했던것보다 술이 세서 꽤 마신 것 같았는데도 그렇게 취해보이지는 않았다. 되려 상당히 붕붕 떠있는 듯 보였다. 여기서 얼마나 더 먹여야 헤롱이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 오이카와의 술에 절은 모습은 어떨지 궁금했다. 길바닥에 주저앉아 울어제끼더라도 분명 귀엽겠지. 어쩌면 더 울리고 싶을지도.


 쓸데없는 망상을 하고 있자니 자리는 빠르게 파하여 하나둘 각자의 길로 찢어졌다. 귀가를 택한 나는 밤바람을 맞으며 뚜벅뚜벅 발걸음을 옮겼다. 불편한 상사님이 남아있어봐야 피차 좋을 것이 없었다. 물론 오이카와를 더 보고싶긴 했지만 앞으로 기회는 많으니 괜찮았다.




***


 


  한 달쯤 되자 일에도 어느정도 여유가 생겼다. 조금후에 있을 회의만 무사히 마치면 오늘은 여유롭게 퇴근할 수 있을 터였다. 어디까지나 '무사히' 마친다면의 얘기지만.


 하루하루가 쌓이다보니 자연스레 여기저기서 들리는 소식에 점점 귀가 트여서 궁금했던 '그'의 존재에 대해도 들을 수 있었다. 휴게실에서 수다를 떨던 여직원들 사이에 흘러가는 가십거리중 하나였는데, 오이카와의 '애인'에 관한 얘기였다. 


 오이카와의 '애인'은 기획 2팀에 있는 '우시지마'라는 팀장이었다. 그 역시 우성알파인지라 평균 이상으로 우월한 피지컬과 업무능력탓에 마음 끓이고 있는 사람도 꽤 있다고했다. 다만 무뚝뚝한 성격탓에 인기인은 아니라는 듯 했지만 내게 그런건 아무래도 좋았다. 하등 쓸모없는 정보일뿐이었다. 단지 그가 오이카와의 현 애인이라는 점과 독점욕 가득한 페로몬 냄새가 역하다는 것. 이 두가지 사실만이 관심범위 내였다.


 회의자료를 책상위에 반듯이 정리해두고 이번에 새로 기획팀에서 보내온 프로젝트 파일을 챙겨들었다. 드디어 기획 2팀에 가볼 정당한 구실이 생긴 것이다. 이제 곧 일어날 일들을 상상하니 기대감으로 입가가 씰룩였다. 준비해온 것들을 터뜨릴 시간이었다.



  "오이카와, 잠깐 기획팀 좀 다녀올테니까 시간되면 나 빼고라도 바로 회의 진행해."


  "기획팀? 거긴 뭐하러?"

  

  "아아. 새 프로젝트가 맘에 안드는 부분이 좀 많더라고."

 

  "헤에- 그거 다 수정하려면 고생 좀 할껄? 거긴 무지막지한 와카짱이 버티고 있으니까."


  "와카짱? 기획 2팀 팀장인가?"



 이미 다 알고 있음에도 모르는 척 말을 되물었다. 사냥감을 유인하는데 뭐든 의심할 만한 여지는 남기지 않는 것이 좋다.



  "확실히 맛층은 오늘 처음 보겠네. 우시지마라고 눈새... 아니아니 고고한 백조같은 거 한 마리 있어. 가보면 알아."



 누가 제 애인아니랄까봐 우시지마의 얘길꺼내는 오이카와의 얼굴에는 개구진 미소가 가득했다. 



  "큭, 네가 그렇게 말하니까 어떨지 더 궁금하네. 그럼 되도록 시간맞춰 갈테니까, 내 회의자료도 같이 챙겨줘."


  "오케이-"



 기획팀이 있는 9층으로 올라가니 우리 층과는 다르게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좀 가라앉아 있었다. 뭐 아무래도 좋았지만. 눈앞을 지나가는 직원에게 기획 2팀, 우시지마의 자리를 물었다. 


 가르쳐준 방향으로 찾아가보니 당사자가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회의가 끝나고 다시 올라올까 고민하던 찰나 그의 부하직원이 곧 오실거라며 앉아있을 자리를 내어줬다. 어쩌피 늦을 거 조금 더 늦는다고 달라질건 없었으니 사양하지 않고 여유롭게 기다려주기로 했다.




***




  "마츠카와씨이십니까? 찾으셨다고 들었습니다."



 등뒤로 우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드디어 기다리던 고고한 백조씨가 도착했나보다.



  "처음 뵙겠습니다. 홍보 2팀 팀장, 마츠카와 잇세이라고 합니다."



 앉아있던 몸을 일으켜 뒤를 돌아봤다. 소문대로 우월한 피지컬이었다. 무뚝뚝하고 어딘가 차가운 듯한 표정이 인상적이었다. 나는 감춰뒀던 페로몬을 조금 풀어 그를 떠봄과 동시에 싱긋 웃으며 악수를 건넸다. 



  "기획 2팀 팀장, 우시지마 와카토시입니다."



 내밀어진 손을 맞잡으며 딱딱한 자기소개를 건네왔다. 날 서있는 역한 페로몬 냄새도 함께인걸 보니 대충은 내가 누군지 짐작한 것 같았다.



  "무슨 일로 저를 찾으신 건지. 프로젝트 파일은 제대로 전달되었다고 들었습니다만."


  "아, 프로젝트때문은 아닙니다."


  "이번 프로젝트 이외에 홍보팀에서 저를 찾으실 만한 이유는 없는 것으로 알고있습니다."


  "그렇죠."


  "목적이 뭡니까."



 우시지마의 목소리에 의미심장한 분노가 어려있었다. 



  "가장 잘 알고계시지 않나요. 저희가 볼 일이 회사일 뿐만은 아닐텐데요, 우시지마씨."


  "...자리를 옮기시죠."



 익숙한 페로몬향을 느꼈을 때부터 멱살을 잡고 싶었을 텐데 생각보다 이성적인 성격일지도 모르겠다. 격해지는 감정에 따라 폭주할 페로몬이 주변 직원들에게 끼칠 피해를 염려한 것인듯 했다.



 잠시후, 나와 우시지마는 기획팀 사무실과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한 작은 휴게실 안으로 장소를 옮겼다. 우시지마가 먼저 들어가고 내가 그 뒤를 따랐다. 휴게실 문은 부러 활짝 열어두었다. 일은 크게 터질수록 더 재밌는 법이니까. 


 한창 업무시간이라서 그런지 휴게실에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우시지마는 하고싶은 말을 정리라도 하고 있는 건지 표정을 굳히고 가만히 서있었다. 어디까지나 아쉬운 건 우시지마의 쪽이니 딱히 내가 먼저 말을 꺼낼 이유도 없었기에 느긋이 커피머신에서 아메리카노를 내렸다. 향긋한 커피향이 솔솔 피어올랐다. 



  "오이카와와 잔 게 그쪽입니까."



 역시 그거부턴가. 내려진 커피를 한 입 머금은 순간, 우시지마가 말을 걸었다.



  "..상당히 직구로 물어보네. 우시지마씨."


  "돌려서 말할 필요가 있습니까."


  "왜 그렇게 생각하신건지 궁금합니다만."


  "..오이카와한테 맡았던 페로몬 냄새. 역겹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우시지마씨. 오이카와 몸 전체에서 묻어나는 거지같은 냄새 때문에 하루하루가 거슬려 죽겠어."



 나나 우시지마나 격식은 갖다버린지 오래였다. 겉으로 들리는 말만 그럴듯했지 속은 전혀 아니었으니. 보는 눈들이 없어지고 나니 이젠 말마저도 예의를 버리고 있었다. 스멀스멀 기어나오는 서로의 페로몬에 신경줄이 더욱 팽팽하게 당겨졌다.



  "애 좀 그만 싸고 돌지 그래? 우리 팀 막내들이 무서워한다고, 네 냄새때문에."


  "네가 상관할 바가 아니다. 질문에나 대답하지, 마츠카와."


  "큭큭, 꽤 급하신가봐? 아주 필사적이네."



 그래, 처음부터 이렇게 나와주셨어야지. 높낮이없는 말투와 달리 우시지마의 페로몬이 휴게실 가득 터져나왔다. 그 만큼 감정상태가 격해져 있다는 뜻이었다. 사실 이때까지 참은 것만으로도 충분히 기대이상이었다.



  "진정 좀 하지 그래."



 나 역시 나가는 말과 다르게 페로몬을 뿌려 우시지마의 것을 찍어눌렀다. (물론 우성알파끼리이니 만큼 찍어누른다라는 표현에는 조금 어폐가 있지만.)



  "진정하라고?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보내져온 택배에는 오이카와가 다른 남자와 어울리는 사진이 가득했다."


  "...."


  "같이 식사를 하는 모습부터 농도짙은 스킨십까지. 참 다양하게도 찍어놨더군."


  "...."


  "더구나 그 사진을 받고난 후부터.. 으득.. 오이카와는 쓰레기같은 네 놈의 냄새를 덕지덕지 묻히고 내게 안겨왔다. 지금 내가 진정해야될 상황으로 보이나, 마츠카와 팀장."



 사납게 이를 가는 소리가 귓가에 꽂혀들었다. 놀랄만큼 내 예상과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그의 반응에 흥분해있는 뒷덜미가 쭈뼛섰다. 우시지마의 분노어린 페로몬이 점점 휴게실 밖으로 퍼지고 있었다. 한 층 가득 퍼지게 하려면 아직 좀 더 센 자극이 필요했다.



  "아아- 어떠려나. 내가 오이카와한테 치근댔던 건 사실이지."


  "...."


  "예쁘잖아, 오이카와. 일도 잘하고."


  "...."


  "그것도 무려 '오메가'라는데 관심이 가는 게 당연하지. 안 그래? 너도 마찬가지잖아. 어쩔 수 없는 알파인걸."


  "....무슨 소리가 하고 싶은 거냐."


  "뭐 딱히 하고 싶은 말은 없고, 오이카와가 좋아한다니까 생긴거나 구경해보려고 온 건데 말야-"


  "...."


  "사진이라느니 이런 뜻밖의 얘기까지 듣게 되버려서 일단 기대했던 것보단 재밌네, 큭큭."


  "하. 뜻밖의 일이라니, 모르는 일이라고 잡아 떼려는 건가, 지금?"


  "그럼 사진에 대한 해명이 듣고 싶은건가? 우시지마씨는?"


  "...."


  "글쎄, 해명이라- 사진이 없으니 정확히 어디까지 찍힌건지 모르겠지만.. 나랑 씹하는 모습이라도 찍혀있었으려나? 그건 좀 부끄러운데-"


  "마츠카와...!!"



 얼굴에 느껴지는 묵직한 타격감과 함께 더럽게 큰 고함소리가 울려퍼졌다. 결국 우시지마의 눈에는 실날같이 남아있던 이성 한 자락이 사라졌음은 물론이고, 동시에 그의 페로몬도 폭주하기 시작했다. 우성알파답게 뿜어내는 기백이 대단했다.



  "무슨 일이야..! 흡.."



 복도로 소리를 듣고 뛰쳐온 직원들이 하나둘 보였다.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걸 보면 베타가 분명했지만 코를 틀어막는 꼴을 보니 베타에게도 부담스런 모양이었다. 주먹 한 방에 바닥에 넘어져 있는 모습은 좀 꼴사나웠지만 뭐, 우시지마가 가해자쪽으로 몰리는 상황이니 어떻게 보면 딱 좋은 타이밍이었다.


 그 후에는 모든게 빠르게 정리되었다. 뛰쳐온 몇몇 베타직원들에 의해 상황은 일단락되었고, 본의아니게 격리조치되어 사고경위서를 쓰게 되었지만 아주 예상치 못한 일도 아니었다. 충분히 목적은 달성했고 진짜 재밌는 것은 이 다음부터가 시작이었다. 그러기위해선 지금은 사무실로 돌아가야 했다. 회의 주도자가 참가하지 못했으니 처리해야 할 일이 밀렸을 것이었다.


 거짓으로 가득한 작문활동을 끝내고 격리실을 벗어났다. 사무실이 있는 5층으로 올라가기 위해 길을 재촉했다. 엘리베이터가 5층에 다다르니 익숙한 인영이 눈에 띄었다. 오이카와와 우시지마였다. 우시지마가 이렇게 빨리 오이카와와 만나리라는 것은 생각밖이었지만 빠르면 빠를수록 기다림이 적어지니 내겐 더 이득이었다.


 우시지마는 오이카와를 데리고 빠르게 자리를 벗어났다. 뒤따라가는 오이카와의 표정을 보니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 했다. 이런 재밌는 구경을 놓칠 수는 없는 법. 나 또한 그 뒤를 밟았다. 두 사람의 관계가 얼마나, 어떻게 변해줄지 기분좋은 기대감이 어렸다. 







 

_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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