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캐붕주의

※동화풍 판타지같은 느낌이 가미된 수인물입니다. 

   - 쿠로오: 고양이과 수인 / 츠키시마: 인간 

   - 보쿠토: 부엉이 수인 / 아카아시: 올빼미 수인

※약 6,000자 분량입니다.
















 04. '새' 친구






 츠키시마가 쿠로오에게 납치되온지 어언 한 달.

  둘 사이에 여전히 조금의 투닥거림은 남아있지만, 처음 며칠보다는 분위기가 훨씬 누그져있다. 그간 쿠로오가 츠키시마를 향해 무한한 관심과 애정을 쌓은 덕이 컸으리라.



 잠시 되돌아가서_ 


 츠키시마가 이 집에 묵기로 했던 그 날, 쿠로오씨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더랬다. 뭐 이렇게 될 줄은 미리 알고 있었지만서도 혹시나 하는 불안감이 사라지니 더할나위가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 다시 회상해봐도, 얼굴을 붉힌채 케이크를 우물거리는 츠키시마의 모습이란 보송한 아기토끼를 데려다놔도 전혀 꿀리지 않을 귀여움이었다. 단지 그 순간을 사진으로 남기지 못했다는 것이 한가지 흠이라면 흠이었다.



 반면 츠키시마는 그 첫날을 혼란스러움의 극치로 기억하고 있었다.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형과 마을.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조금의 감도 잡히질 않는 암담함. 

 거기다 은인이라는 사람은 천하태평에 자기가 수인이라느니 이상한 소리만 내뱉지를 않나, 부탁하는 처지에도 괜한 자존심때문에 숙여지지 않는 고개하며, 입안에 들어오는 폭신한 케이크는 너무 맛있어서 찔끔 눈물이 났다. 

 먹는 내내 귀끝이 화끈거렸으니 얼굴 전체가 붉어졌으리란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먹으면서 울지나 않은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이렇게 각자의 기억속에 깊이 새겨진 하루의 바로 다음날_


 츠키시마는 쿠로오씨로부터 좀 더 진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차근차근 이야기를 꺼내는 쿠로오는 첫 날과 달리 사뭇 진지해서, 츠키시마는 동일인물이 맞는지 순간 의심스럽기까지 했다. 지금와 다시 생각해보니 첫날에는 오히려 자신이 들을 준비가 안 되있었던 것 같기도 했다.

 먼저 쿠로오씨는 아카데미에서 보았던 그 고양이가 저가 맞노라고 설명했다. 츠키시마가 마음에 들어서 아카데미에서 줄곧 지켜봐왔으며, 선물해준 목걸이도 잘 가지고 있다면서 줄곧 팔찌로 차고 있던 목걸이를 내밀었다.

 또 마을의 일과 형에 대해서는 츠키시마의 뒤를 몰래 따라왔기에 알게 된 것이라고 했다. 마을의 자세한 사정은 잘 모르겠지만 형에 대해서는 믿을만한 이들에게 수소문 해볼테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며 츠키시마를 위로해주었다.

 수인에 대해서는 시장에 갔을 때 확실히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고 싶었다고 하는데, 츠키시마로써는 딱히 이렇다할 증거를 보지못했으니 헛수고였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느라 제대로 주위를 볼 시간이 없었으니 그럴만도 했다. (사실 뒷골목으로 다니느라 사람 많은 곳에 가보지 못한 덕이 더 컸지만 말이다.)


 그래도 이 점에 대해서는 일주일 후에 다시 시장을 찾고나서 확실해졌다.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츠키시마가 결국 수인의 존재를 인정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




 다시 방문한 시장은 왁자지껄한 분위기가 여전했다. 이번에는 골목이 아닌 큰길로 돌아다닌터라 사람들과 동물들이 함께 어울려 지내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었다. 


 츠키시마에게는 오랜 기숙사 생활로 가까이서 본 동물이라곤 쿠로오나 가끔 보이는 도둑고양이들이 전부였기에 이렇게 많은 종류와 수의 동물들을 보는 건 태어나 처음이었다. 어릴때 자란 마을에서도 애완용 강아지정도 밖에 본 기억이 없었기에 더 그러했다.


 놀라움 반, 긴장 반으로 저도 모르게 옆에 있던 쿠로오의 옷끝을 붙잡은 츠키시마는 그 상태로 시장을 천천히 구경했다. 망설임 가득한 집게손가락으로 옷자락을 붙잡고 뭐가 그리 신기한지 이리저리 눈동자를 굴리던 그 모습을 보며 쿠로오가 필사적으로 웃음을 참고 다녔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었다.


 그렇게 몇 분을 걷다보니 어느덧 길게 펼쳐진 시장을 빠져나와 꽤 큰 규모의 광장에 다다랐다. 작은 강아지나 새끼 고양이들이 놀고있는 모습이 여기저기서 가장 눈에 띄었는데 아직 미성숙한 다리로 뽈뽈거리며 돌아다니는 것이 퍽 귀여워 보는 사람의 마음을 절로 흐뭇하게 했다.



  "좀 앉았다 갈까? 오늘은 여유있으니까."


  "다리 아팠는데 잘 됐네요."


  "아프면 빨리 말하지 그랬어."


  "말해도 시장에는 앉을데 없었잖아요."


  "그럼 내가 업어ㅈ.."


  "됐습니다."



 둘은 잠시 쉬었다가기위해 적당한 벤치를 찾아 발걸음을 옮겼다. 조금 거리가 있는 곳이었는데 동물들뿐만 아니라 사람들도 많아서 바로 근처에는 남아있는 자리가 별로 없었다.


 츠키시마는 여전히 손을 놓지않은 채였는데 광장 가운데 놓인 분수대를 바라보며 쿠로오에게 말을 건넸다. 구경도 잘 끝냈으니 다시 시장에 온 목적을 확실히 할 때였다.



  "저번이랑 별차이 없는 것 같은데 그냥 얘기해주시는게 어때요."


  "큭큭, 잘 생각해봐. 이번엔 큰 길이라 사람도, 동물도 더 많았잖아."


  "생각해보라고 해도....읏!"



 갑작스레 부딪혀온 무언가로 인해 츠키시마의 몸이 휘청였다. 쿠로오가 빠르게 잡아준 덕에 꼴사납게 넘어지는 것만은 피했지만 다리에 느껴지는 충격감이 작지 않았다.



  "괜찮아?"


  "아, 네. 별로 아프지는 않은데 좀 놀라서..."



 발 밑을 보니 연갈색 강아지 한 마리가 뒤로 넘어져 있었다. 제가 와서 부딪힌 주제에 몸집은 작아서 타격은 저쪽이 더 많이 받은 듯 싶었다. 미동도 없이 누워있는 모습을 보니 조금 걱정스러워 쭈그려 앉아 상태를 살폈다. 

 부딪힌 곳에서 피가 나지 않는 걸보니 특별히 상처가 나거나 하지는 않은 것 같았다. 아마도 충격에 잠시 기절한 듯 싶었다.


 츠키시마는 조심스레 강아지를 들어올려 품에 안았다. 안아든 팔위로 부드러운 갈색털이 닿아 기분이 좋았다.


 천성인건지 몇 번 접하지도 못한 동물에 대해 츠키시마는 별다른 두려움이나 거부감이 없었다. 오히려 좋아하는 편에 속하는 듯 강아지를 내려다 보는 눈빛은 반짝반짝 빛이 났다.


 츠키시마는 강아지를 안은 채로 벤치에 자리를 잡았다. 그 모습을 보는 쿠로오는 망연자실한 표정이었지만 그건 츠키시마에게 관심 밖의 일이었다.



  "츳키..."


  '많이 아픈가.. 안 깨어나네.'


  "츳키이..."


  '병원에 데려가야 되는 건가.'


  "츳키이이-"


  '주인도 찾아줘야 되는데 목걸이가 없어..'


  "...."


 

  잠시후 한마디 대꾸도 없는 츠키시마의 입을 연 것은 역시 강아지였다. 정신을 차리는 중인듯 몸을 꿈틀대며 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귀며 꼬리를 살짝살짝 흔들다가 마침내 츠키시마와 눈이 마주치자 꼼질거리던 움직임이 탁 멎었다.



  "괜찮아?"



  츠키시마의 다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카데미 이후로 한 번도 듣지 못한 그 다정한 목소리였다. 쿠로오는 괜히 억울한 마음에 강아지에게 살짝 눈을 흘겼다. 츠키시마가 알았더라면 또 유치하다고 혀를 찼을 일이었다.



  "어디 아픈데는 없어? 병원가보는게 나으려나.."


  "!"



  츠키시마의 품속에 가만히 몸을 굳히고 있던 강아지가 소스라치게 놀라더니 고개를 저었다. 격렬한 거부표현이었다. 마치 츠키시마의 말을 알아듣기라도 했다는 듯이.



  "병원..가기 싫다고..?"


  '끄덕끄덕'


  

 강아지의 고개가 다시 위아래로 움직였다.



  '어디서 많이 경험한 듯한...'



  잠시 기억을 더듬던 츠키시마는 천천히 몸을 굳혔다. 데자뷰가 느껴지는, 인정하고 싶지 않은 상황에 츠키시마는 다시 한 번 강아지에게 말을 건넸다.



  "너... 내 말 알아듣겠어..?"


  '끄덕끄덕'


   "정말...?"


  '끄덕끄덕'


  "....너 그럼 사람이야?"


  '갸웃'



 강아지는 마치 그런 당연한 걸 왜 묻느냐는 표정이었다. 츠키시마는 저를 보고 있는 순진한 눈망울이 갑자기 소름이 돋았다. 


 쿠로오는 굳은 츠키시마를 대신해 살며시 강아지를 땅에 내려주고 잘가라며 손을 흔들어 보냈다. 떠나는 길에 꾸벅 인사까지 하고 가니 참으로 예의바른 강아지 친구 였다.


 

  "....그럼 제가 오늘 본 동물이 다 인간이예요?"



 강아지가 떠나가자 입을 꾹 닫고 있던 츠키시마가 쿠로오에게 말을 걸었다. 생각해보니 시장에서 동물들을 대하던 사람들의 태도에서 느꼈던 위화감이 바로 이 때문인 듯 했다. 그저 맘씨 좋고,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즐거운 모습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제 믿겠어? 동물로 있는 애들은 조절이 익숙치 못한 꼬맹이들이야. 아직 학교도 들어가기 전인 애들."


  "...."


  "부모가 애들 혼자 집에 두는 경우는 드물거든. 다 따라나온거지 뭐."


  "..진작 좀 말해주지."


  "별로. 말했어도 안 믿었을 거잖아, 츳키는. 그지?"


  "...."


  "큭큭, 확인 다 끝났으니 이제 집에 가자. 벌써 해지려고 해."

  


 그렇게 츠키시마의 부루퉁한 표정을 마지막으로 또 한번의 시장나들이는 즐겁게 끝이 났다.




***




 그 후의 이야기를 조금 덧붙이자면 츠키시마는 돌아오는 길에는 이어진 쿠로오의 설명으로 그들, 수인에 관해 좀 더 여러가지 이야기를 들을수 있었다.

 조금전 시장에서 직접 보았다시피 기본적으로 개나 고양이과의 수인들이 가장 수가 많기는 하지만 다른 과의 수인들도 그 수가 적지는 않다고 한다. 그리고 오해가 있는 것 같아 말하지만 쿠로오 자신은 '고양이'가 아니라고 했다.

 수가 적어 희귀한 맹수과 서벌(serval)중에서도 그 드물다는 흑색종이라는데, 츠키시마가 보기에는 그저 덩치큰 까만고양이일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경계나 위엄이라곤 조금도 찾아볼 수가 없는 유들유들한 성격의 소유자인 주제에 이제와 고양이가 아니라 맹수라니. 차라리 개과라고 하는 편이 더 잘 어울렸다.

 또 수인들끼리는 서로 종에 대한 차별이 없어서 대부분 인간들에게도 우호적이라고 했다. 때문에 간혹 인간세계로 나가 생활하는 이들도 몇몇 있는데 아카데미에서 일하고 있는 제 친우 한 명도 그렇다고 했다. 물론 바깥과의 출입이 그렇게 자유로운 편은 아니라 실제로 인간을 접해본 이들은 많지 않다고 전에 만난 야쿠네도 그래서 놀랐던 것일 거라며 덧붙였다.



 그 후에도 쿠로오는 츠키시마가 궁금해 하는 것들에 대해 친절히 설명해주었고 덕분에 츠키시마의 경계심도 조금씩 사라져갔다. (사실 이쯤되니 믿는게 정신건강에 좋을거라고 판단해 버린건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다시 지금으로 돌아와서_


 그간의 쿠로오의 지극한 보살핌이 더해져 이 둘은 현재와 같은 관계에 이르게 된 것이다. 같이 먹을 점심을 고민하는 그런 평화로운 사이말이다.


  "쿠로오상, 오늘은 점심 뭐 먹어요?"


  "그러게. 밥도 아침에 다 먹었으니까... 또 하기 귀찮네- 사오라 해야겠다."

  "누구 와요?"

  "보쿠토랑 아카아시."

  "아, 어제 그 편지.."



 '아카아시'라는 이름은 어제 온 의문의 편지의 발신인명이었다. 어제 오후, 잠시 나가있던 쿠로오를 대신해 편지를 받은 츠키시마는 바깥 봉투에 쓰여진 '아카아시 케이지'라는 이름을 읽었더랬다.

 편지 내용은 쿠로오가 별거 아닐거라며 얼버무린터라 잘 몰랐지만, 누구한테서 온거냐는 질문에는 둘의 이름을 대며 꽤 오래된 사이라고 이야기를 해주었다. (둘은 각각 부엉이와 올빼미 수인이며, 야쿠와 마찬가지로 학창시절을 같이 지냈다고 하는데 '아카아시'라는 사람은 그 일년 후배였다고도 했다.)



  "뭐 좀 시끄럽긴해도 나쁜 녀석들은 아니니까 괜찮을거야."


  "쿠로오씨만 할까요."


  "나 그렇게 시끄러웠던가..."


  "농담인데요."


  

 확실히 쿠로오와 가까운 사이라고 하니 성격이 그리 멀쩡한 편은 아닐 것 같다는게 츠키시마의 솔직한 생각이었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의 말대로 저에게 해를 끼칠만한 사람들도 아닐 것 같다는 알 수 없는 확신도 들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츠키시마 본인도 모르는 새 쿠로오에 대한 평가가 전보다 높아졌다는 증거였다.




***




 츠키시마의 주도로 한바탕 대청소를 마치자 시곗바늘은 벌써 점심시간을 훌쩍 넘겨있었다. 아침을 조금 늦게 먹기는 했지만 몸을 쓰고 나니 남은 밥으로 가볍게 때운 배는 금세 꺼져있었다. 


 기진맥진 둘다 소파에 널브러져 숨만 쉬고 있자니 곧 누군가의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들려올 것 같았다.



  "점심.. 언제 오는 건가요."


  "글쎄..아카아시 있으니까 오긴 올텐데 말이지."


  "...."


  '똑똑'



 잠시후 나무문 너머로 둔탁한 노크소리가 들려왔다.



  "쿠로오씨- 계신가요."



 뒤이어 들려오는 차분한 목소리에 둘의 눈동자가 허공에서 부딪혔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점심이었다.













_Continued












Digression_나무문 너머 점심밥들의 대화



  (소곤소곤)


  '그냥 열고 들어가자니까.'


  '그건 실례입니다. 쿠로오씨만 있는게 아니잖아요.'


  '그럼 쿠로오만 있을 땐 괜찮다는거네!'


  '저번에 고기도 훔쳐오신 분이 새삼스레 그러세요.'


  '어! 그거 비밀인데 어떻게 알았어?'


  '그럼 제가 모를줄 아셨나요.'


  '크으... 완벽하다고 생각했는데..!"


  '....'


  '그래도 괜찮아, 쿠로오는 모르잖아.'


  '그건 그러네요.'


  '그지? 큭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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