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제나 캐붕과 병맛에 주의합시다. 그래도 이번화는 1화라 평범..

※ 약 5,300자 분량입니다.












 01_여기는 까마귀네 입니다





 뱀이다~ 뱀이다~ 몸에 좋고 맛도 좋은 뱀이다~♪


 미동도 않고 자고 있던 어린이반에 구수한 트로트가 울려퍼졌다. 오전 여섯시. 이제 일어날 시간이었다.

 쨍하게 들려오는 낭랑한 여가수의 목소리에 제일 먼저 반응한 것은 츠키시마였다. 노래가 시작되자마자 그의 고운 미간에 살며시 주름이 졌다. 시끄러움을 감지했다는 얘기였다.



 요놈의 뱀을 사로잡아(사로잡아~) 우리아빠 보약을 해드리면(해드리면~)♪



 툭툭. 뱀잡는 효녀이야기가 계속되자 츠키시마는 제 옆에서 자고 있는 야마구치를 건들었다. 빨리가서 저 뱀을 잡아 없애라는 무언의 압박이었다.


  "으응... 5분만..더어...."


 옆구리를 계속 찔리자 야마구치는 잠꼬대를 하며 반대편으로 휙 돌아누웠다. 바로 일어날 생각은 없어보였다. 츠키시마의 이마에 다시 팍 주름이 갔다. 하지만 노래는 멈추지않고 계속됐다. 정말 꿋꿋한 아이였다.


  개구리다~ 개구리다~ 몸에 좋고 맛도 좋은 개구리다~ 개구리다~♪


 이번엔 츠키시마의 귓가에 개구리타령이 울려퍼졌다. 개구리라잖아. 개구리. 빨리 가서 잡으라고. 무슨 개구리가 그렇게 몸에도 좋고 맛도 좋은지 아침부터 저를 깨우는 개구리 찬양가에 벌써부터 짜증이 한가득이었다.

 안 그래도 싫어라하는 트로트, 그러니까 뽕짝 멜로디부터도 귀에 거슬리는데 뱀에 개구리까지. 알람주인을 잡아다 물고문이라도 해야되는게 아닌가 싶었다. (사실 이 알람의 주인은 히나타였다. 옆집사는 누군가에게 엊그제 막 추천받은 노래였다.)


 결국 츠키시마는 찌뿌둥한 제 몸을 일으켜 알람을 껐다. 뒤를 돌아보니 뱀타령 범인을 비롯한 세 명은 아직도 한밤중이었다.



 카게야마와 히나타는 서로 거꾸로 누워 자고 있었는데, 둘다 잠버릇이 사나워서 이불은 또 어디 갖다버렸는지 주변이 난장판이었다. 이러니 저 둘 옆에 붙어잤다간 다음날 무사히 일어날 수가 없었다. 역시 야마구치를 옆에 두고 잔 것은 최고의 선택이었다.

 츠키시마는 쯧 하고 혀를 한 번 찬 후,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두 팔로는 부지런히 이부자리를 정리하고, 발로는 야마구치를 슬슬 흔들어 깨웠다. 이번에도 안 일어나며 놔두고 가려고 했거늘 꿈지럭거리는 반응이 있었다.


  "일어나. 안 일어나면 먼저 간다."

  "으으응... 일어났어..."

 
 비몽사몽 눈도 뜨지 않은 채 대답을 한 야마구치는 서둘러 널브러진 이불을 정리했다. 이미 자리정리를 마친 츠키시마는 나머지 두 명을 깨울까 말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저 바보 둘은 대충 깨워가지고는 일어나지도 않을테니 좀 더 자게 두기로 했다.


  "츳키. 다 했어. 나가자."

  "어."

 
 철컥. 방문이 열리고 두 사람이 밖으로 나갔다. 방안에 다시 정적이 찾아왔다. 커튼을 활짝 열어두고 나간 츠키시마 덕에 눈부신 아침햇살이 내리쬐고 있었지만 남은 둘에게는 아무래도 상관없어 보였다.



 부엌에서는 이제 막 아침준비가 시작되고 있었다. 원래 식사준비를 주도하는 것은 스가와라의 몫이었으나 오늘은 그가 새벽일을 나간만큼 보조 역할을 하던 엔노시타가 자리를 대신했다.

  치익- 지글지글.

 고소한 들기름에 소고기가 구워지는 소리가 귓가를 자극했다. 뭉근하게 퍼져나오는 냄새도 만족스러웠다. 오늘의 아침메뉴는 소고기 미역국에 간단한 나물 몇 가지였는데, 까마귀네에서 반찬투정을 하는 아이는 없었으니 그들의 배를 채워줄만큼의 충분한 양만 준비하면 문제없었다.

 엔노시타는 소고기에서 붉은 기가 거의 사라져갈때쯤 물과 불려둔 미역을 넣고 다시 팔팔 끓여내었다. 새하얀 쌀밥도 착실히 지어지고 있었으니 나물 반찬만 그릇에 내면 오케이였다.


  "엔노시타상, 안녕히 주무셨어요."


 대충 준비를 마치고 잠시 엉덩이를 붙이고 있으니 야마구치가 들어와 인사를 했다. 이제 막 씻고 나왔는지 앞머리에 물기가 촉촉했다.


  "뭐 도와드릴까요?"

  "아냐, 다 했어. 히나타랑은 일어났어?"


  "아직요. 츳키가 깨우러 갔어요. 이걸로 상 닦으면 되죠?"


  "안 해도 된다니까- 아니, 그거 말고 옆에 행주 빨아논 거 있어."



 안 해도 된다더니 행주를 가르키는 엔노시타상의 손길은 너무도 친절했다. 야마구치가 눈치가 빨라서 다행이었다.



  "나 왔어-"



 잠시후, 문을 열고 상쾌한 목소리 하나가 들어왔다. 스가와라였다. 새벽일을 마치고 이제 도착한 모양이었다.



  "스가상 오셨어요. 밥 거의 다 됐어요. 뜸만 들면 되요."



 부엌에 앉아있던 엔노시타가 나와 인사를 했다. 



  "응, 배고프다, 얼른 먹자. 다이치랑은 좀 늦는대."



 스가와라가 씩 웃으며 반갑게 인사를 받았다. 옷 여기저기에 흙이 묻어 더러워졌음에도 상큼한 미소는 여전히 빛을 발했다.



  "아, 이제 오세요."



 열심히 상을 닦고 있던 야마구치도 인사를 건넸다. 



  "응, 야마구치도 잘 잤어?"

  

  "네..넵...////"



 흐뭇한 표정을 지어보인 스가와라가 한차례 머리를 쓰다듬어 주자 야마구치가 딱딱하게 몸을 굳혔다. 야마구치는 천방지축인 어린이반 중에서 유.일.하게 얌전한데다, 이런 귀찮은 일들도 저 혼자 도맡아 했기에 항상 더 신경이 쓰였다.


 물론 다른 아이들이 신경이 덜 쓰인다는 말은 아니었다. 야마구치와는 전혀 다른 이유로 신경이 쓰일 뿐. 그 정도도 심하다면 더 심하지 절대 덜 하진 않았다. 불쌍한 우리 야마구치, 그 사이에 껴서 고생이 많아.


 거실을 가로질러 스가와라가 씻으러 들어가자, 곧 니시노야도 올라왔다. 큰소리로 여기저기에 인사를 건네며 그 역시 하나 더 있는 욕실로 씻으러 들어갔다. 


 뭐 씻어도 다시 일을 하러가면 더러워질 것이 뻔했지만 여기저기 흙을 묻히고 돌아다녔다간 어떤 보복이 돌아올지 몰랐다. 언제나 목숨보다 소중한 건 없는 법이다. (엔노시타상은 화나면 다이치만큼 무섭다.) 



 사람들이 하나둘 깨어나 곳곳에서 두런거리는 말소리들이 들려왔다. 하지만 그 속에 어린이반 나머지 두 명의 말소리는 없었다. 아직도 꿈나라인 듯 싶었다.


 분명 츠키시마가 깨우러갔다고 했는데 어찌된 일인지 소식이 없었다. 아직도 깨우고 있는 걸까? 그러게, 어젯밤에 안 자고 버티더라니. 역시나 평소보다 기상이 느렸다.



 엔노시타를 도와 상차림을 준비하던 야마구치는 결국 솟아오르는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다시 한 번 방에 가 보기로 했다. 츠키시마까지 같이 보이지 않다니, 보통때 같았으면 벌써 때려치우고 나와도 남았을 시간인데 혹시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닌가 싶었다.



 똑똑-

 ....

 야마구치가 조심스레 방문을 두들겼다.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똑똑- 츳키-

 ....

 이번엔 이름도 불러봤다. 하지만 역시 무반응이었다.



 무슨 일 있어-?

 ....

 슬쩍 말도 걸어보았지만 문 너머는 여전히 조용하기만 했다. 



 무슨 반응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답지않게 이어지는 정적에 알수없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꼴깍하고 목울대 흔들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심호흡을 한 번 한 야마구치가 떨리는 마음으로 문고리를 잡아 돌렸다. 그러자 보이는 것은.. 아니, 들려오는 것은....



  "으아아아악-!"

 


 누군가의 비명소리. 주인공은 히나타였다.



  "하악- 하악- 하악-"



 크게 비명을 내지른 히나타는 바닥에 앉아 차오르는 숨을 고르고 있었다. 산소가 많이 부족한 모양새였다. 



  "히나타..? 무슨 일이야?"



 헥헥 거리는 히나타를 보던 야마구치가 조심스레 말을 걸었다.



  "죽을뻔 했어..."


  "?"


  "아니, 이미 죽은건가.."



 혼자서 무언가를 중얼거리는 히나타는 아직 잠이 덜 깼는지 어딘가 넋이 나가 보였다.



  "이 보게가... 아침부터 발로 차는 거냐..!"



 한쪽에서는 히나타의 난리에 덩달아 잠에서 깬 카게야마가 소리를 질렀다. 아무래도 히나타가 일어나면서 얼굴부분을 차버렸는지 한 쪽 이마가 빨갛게 부어오르고 있었다.


 야마구치는 도대체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었다. 츠키시마를 찾으러 들어왔으나 정작 츠키시마는 어디있는지 보이지도 않았고, 카게야마는 맞은게 꽤나 분했는지 계속 씩씩대고 있었으며, 히나타는 얼빠진 표정으로 멍하니 앉아만 있었다. 또 왜인지 히나타의 티셔츠와 잠옷바지는 흠뻑 젖어 물기가 한가득이었다.



  "이게 무슨 일이야..."



 야마구치는 벌어지는 입을 다물지 못하고 둘의 모습을 지켜봤다. 곧 정신을 차린 히나타로 인해 방안은 둘만의 전쟁터로 변해가고 있었다. 



  "이 보게-! 히나타 보게-!!"


  "아악- 왜 자꾸 때려-!!"


 

 여기저기 날아다니는 베게에 사방팔방에서 물건이 떨어져 내렸다. 아- 저거 다 내가 치워야 되겠지.


 

  "저기...이제 나와서 밥 먹어야.."


  "보게에-!!"


  "으아악-!!"



 조심스레 건넨 말에 돌아오는 것은 고함소리뿐. 야마구치의 눈에서 체념에 찬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래, 내가 나갈께. 야마구치는 해탈한 얼굴로 방을 벗어났다. 



 누가 제발 방 좀 바꿔주세요.



***


 

 딱. 딱. 다이치의 꿀밤이 두 명의 머리위로 강타했다. 아침부터 소란을 피운 것과 난장판이 되버린 방에 대한 벌이었다.



  "그래서 이번엔 뭐가 문제냐. 잠시 눈을 떼면 이러니.."



 무릎을 꿇고 얌전히 벌을 받고 있는듯 싶었지만 카게야마와 히나타의 얼굴에는 아직도 서로에 대한 투쟁심이 불타올랐다. 분명 다이치가 돌아가고 나면 또 투닥거릴게 뻔했다. 물론 다이치도 그걸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이 녀석들이-!"


  "읏-"


  "악-"



 결국 정수리를 다시 한 대씩 얻어 맞고야 둘의 눈빛이 좀 사그라들었다. 놀때는  그렇게 죽이 척척 맞으면서 하루도 안 빠지고 싸워대는게 어찌보면 참 신기했다.


 츠키시마는 그런 둘의 모습을 보며 언제나의 무표정으로 서있었는데, 자칭 츠키시마 전문가인 야마구치는 보았다. 미세하게 떨리고 있는 그 입꼬리를. 또 승리에 찬 그 눈빛을. 우리의 냉미남씨는 아주 만족스러워하는 중이셨다.

 

 나중에 밝혀진거지만 이번 사건의 주모자는 역시나 츠키시마였다. 야마구치가 문앞에 도착하는 것과 간발의 차로 츠키시마는 모든 준비를 끝내놓고 방을 벗어났었다. 


 사건 발생 5분전, 츠키시마는 야마구치를 부엌에 떨궈두고 바가지 한가득 물을 받아 둘이 자고 있는 방으로 침입했다. 그리곤 히나타의 곁에 살며시 쪼그려앉아 옷만 조금씩 젖어가도록 졸졸 물을 부었다. 


 히나타는 눈썹을 조금 찌푸릴뿐 깨어나진 않았는데 방안이 더워서 시원하다고 느낀건지도 모르겠다. 츠키시마는 아랑곳 않고 물을 부었고 바지까지 다 젖어갈때쯤 얼굴에도 한 번 물칠을 해줬다. 


 그리고 널브러진 이불을 들어 히나타의 얼굴에 덮어두고 마법의 주문을 속삭여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넌 바다속에 갇혔어. 아아, 불쌍한 히나타.'



 츠키시마의 말소리를 듣자마자 히나타의 얼굴에선 바로 반응이 왔고, 츠키시마는 마지막으로 이불이 떨어지지 않게 카게야마의 다리를 살포시 얹어 두고야 방을 벗어났다. 야마구치가 문을 연 것은 바로 이 다음이었다.


 모든 것이 츠키시마가 뱀타령에 앙심을 품으며 벌어진 일이었다. 야마구치는 사건의 전말을 전해 듣고는 히나타의 알람을 몰래 기본음으로 바꿔주었는데, 옆집 그분으로 인해 히나타가 다시 2차 생명의 위협을 느끼게 된 것은 바로 다음날의 일이었다.








< 다음화 예고 > 

02_김매기의 시간

초반부는 병맛끼가 별루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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