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풍 판타지같은 느낌이 가미된 수인물입니다. 

   - 쿠로오: 흑서벌, 고양이과 수인 / 츠키시마: 인간 

   - 보쿠토: 부엉이 수인 / 아카아시: 올빼미 수인

※약 8,000자 분량입니다.















 05. 여기서 이러시면 안됩니다







 보쿠토네가 들어온지 벌써 2주일 정도가 지났다. 들어오기전 걱정이 무색하리만큼 아무런 문제없이 잘 지내고 있다. 사소한 말다툼정도야 있었지만 그냥 심심함에 못 이겨 하는 장난같은 정도였다.


 쿠로오나 아카아시나 보쿠토나, 츠키시마는 그렇다쳐도 이곳 주민인 세 명 모두 어디 일을 나가지도 않고 내내 집에 틀어박혀 시간을 때웠기 때문에 심심함은 당연한 것이었다. (츠키시마가 궁금함에 무슨 일을 하는지 물어봤지만 아무도 대답해주지 않았다. 슬쩍 보쿠토를 꾀어 보려고도 하였으나 어디서 나타난건지 갑자기 등장한 아카아시 덕에 보쿠토의 진실의 입도 막혀버렸다.) 되려 츠키시마가 처음 가져보는 여유로운 시간에 안절부절했는데 그것도 잠시, 곧 적응하여 백수무리에 합류한 터였다.


 그래서 오늘은 무료함에 지친 이들을 위해 특별한 행사가 예정되어 있었다. 바로 즐거운 소풍이었다.어린애도 아니고 소풍이 왠말이냐 할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쿠로오네 집에 제 나이에 맞는 '어른'은 없었으니 상관없었다.


 어젯밤 아카아시가 처음 의견을 내자 다들 들뜬 마음으로 계획을 세워나갔다. 코스는 산에 나있는 좁은 산책로들이었는데 도란도란 수다나 떨며 걸어가다보면 예쁜 에메랄드 빛의 호수가 나온다고 한다. 작지 않은 규모지만 호수의 이름은 없다고 한다. 너무 깊은 숲속이라 발견되지 않았다나 뭐라나. 


 호수에 도착해 점심을 먹고나면 거기서 늘어지게 낮잠이나 자고 올 예정이었다. 여기 집이나 호수나 할 게 없는 건 마찬가지였기에. 그래도 한번쯤 나가서 기분전환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게 모두의 생각이었다. 일단은 이 집을 벗어나는게 이번 소풍의 가장 큰 목적이었으니 말이다. 사실 보쿠토는 소풍자체보다는 아카아시가 약속한 특제 고기 도시락에 더 관심이 있었지만.


 그리고 지금. 소풍날 당일 오전 8시. 아직 아무도 일어나지 않았다.



  "삐- 삐- 삐- 삐-"



 클래식한 자명종 알람소리가 쨍하게 울렸다. 6시, 7시에 맞춰놨던 알람도 있었으나 아무도 꺼주지 않아 외로이 퇴장했더랬다. 이미 두 번의 실패를 경험한 뒤라 그런지 왠지 더 시끄럽게 우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도 다행히 이번엔 저를 찾아주는 이가 있었다. 막 잠이 깨 비몽사몽한 쿠로오였다. 



  "흐아아암-"



 졸린 눈을 비비고 시원하게 기지개 한 번을 켜니 그제야 좀 정신이 들었다. 가만히 시계를 들여다보니 8시 3분. 음음, 쿠로오의 고개가 만족스레 끄덕여졌다. 딱 제 시간에 일어난 것이다. (앞의 두 번의 알람은 예의상해둔 것이지 일어나려 해놓은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단촐한 팬티차림으로 자리에서 일어난 쿠로오는 널브러져있는 바지를 주섬주섬 껴입고 방을 나섰다. 위에는 여전히 벗은채였는데 츠키시마를 깨우러 가던 길에 빨래건조대에 있던 긴팔티 하나를 주워 입었다.



  "(똑똑) 츳키- 자?"


  "...."



 쿠로오가 세상에서 가장 부드러운 남자의 목소리로 츠키시마를 불렀다. 아침부터 참 꿀 떨어지는 목소리였다.



  "츳키- 이제 일어나-"


  "...."


  "츳키-"


  "...."


  "안 일어나면 나 들어간다~?"


  "...일어났습니다."



 계속 반응이 없자 츠키시마 깨우기에 가장 효과적인 스킬을 시전한 쿠로오는 나머지 새 두마리를 깨우러 다시 발을 옮겼다. 아카아시라면 벌써 일어나고도 남았을 시간인데 아직까지 자고 있는걸보니 좀 의아했다.



  "아카아시- 아직 안 일어났어?"


  "...."


  "야, 보쿠토- 일어나."


  "...."


 

 뭐야. 둘다 왜 이렇게 조용해?



  "(쾅쾅)야, 보쿠토- 아카아시-"


  "...."


  "아, 진짜 귀찮게... 대답 안하면 들어간다?"


  "...."


  "진짜 들어간다?"


  "...."



 쿠로오는 끝까지 돌아오지 않는 대답에 왠지모를 찝찝함을 안고 방문 손잡이를 돌렸다. 그러자 보이는 것은...



  "아..."



 역시 찝찝함은 무시하면 안될 것이었다. 끼익하는 소리와 함께 보쿠토네의 방문이 다시 굳게 닫혔다. 차마 눈뜨고 계속 볼 수 없는 광경이었다. 이것들이 진짜... 감히 신성한 나와 츳키의 스위트홈을 더럽히다니..! 쿠로오는 둘의 모습을 보며 부러움에 이를 갈았다. 젠장, 망할 부엉이 놈들.



  "무슨 일 있어요?"



 부들부들 패배감에 떨고있으니 막 세수를 마치고 온 츠키시마가 다가왔다. 물기어린 연노란 머리카락이 마음의 위안이 됐다. 



  "(와락)츳키이...."


  "갑자기 뭐하는 거예요!////"


  "(부비부비)위로가 필요해.."


  "으윽, 떨어져요. 좀."


  "츳키이~!"


  "놓으라니까요~!"



 쿠로오는 일어날 생각이 없어보이는 둘을 두고 먼저 집을 나서기로 했다. 물론 한번 더 깨우려면 못 깨울 것도 없었으나 괜히 빈정이 상한 탓이다. 도시락은 아카아시가 미리 준비해뒀으니 들고가기만 하면 되었고, 나머지는 깔 자리나 물병정도만 챙기면 됐다. 아침밥도 샌드위치로 간단히 때웠으니 이제 출발준비 완료였다.



  "츳키- 준비 다 했어?"


  "네, 근데 저희만 먼저 가도돼요?"


  "괜찮아, 괜찮아. 알아서 오겠지. 늦어서 아예 안 오면 더 좋고."


  "그래도.. 쪽지라도 남기는 게 낫지 않아요?"


  "츳키가 그러고 싶으면 그렇게 해."


 

 츠키시마는 급한대로 티슈에 메세지를 적어 도시락 위에 붙여두었다. 각 모서리를 물기 묻은 손으로 콕콕 찌르니 물과 함께 찰싹 달라붙어 만족스러웠다.


 

  "됐어요. 이제 가요."


  "그래."



 쿠로오와 츠키시마는 그렇게 바로 길을 나섰다. 집 바깥공기는 아침 특유의 싱그러움이 살아있어 저절로 기분이 들떴다. 숲의 나무와 풀들에는 투명한 이슬이 내렸고, 자근자근 밟히는 흙길에도 습기가 조금 어려있어 푹신거렸다. 아침 햇살까지 따뜻하니 더욱 기분이 좋았다.



  "여긴 항상 좋네요. 저쪽 숲이랑은 느낌이 너무 달라서."



 츠키시마가 가만히 운을 떼었다. 앞으로 한 시간 정도는 걸어야 했으니 얘기나 하면서 가면 지루하진 않을 터였다. 



  "그럼 나랑 같이 계속 여기서 살면 되겠네."


  "쿡쿡, 그럴까요. 쿠로오씨 요리도 잘하고-."


  "에, 정말?"


  "그냥 말이 그렇다는 거죠. 뭘 또 그렇게 진지하게 받아들여요."


  "아니, 뭐... 진짜 그랬으면 해서.."


  "나랑 같이 있고 싶어요?"


  "당연하지."


  "쿠로오씨는 처음 봤을 때부터 한결같이 이상해요."


  "지금도?"


  "지금도. 내가 그렇게 좋아요?"


  "좋아하니까 이러고 있지."


  "쿠로오씨는 좋다는 말이 너무 헤퍼서 별로 와닿지가 않네요."


  "그거야 내가 정말 좋아하니까..!"


  "자고 있는 사람 막 납치도 해오고-"


  "납..치는 아니지."


  "잠도 재워주고- 밥도 해주고- 옷도 사주고-"


  "...."


  "그러고보면 쿠로오씨 돈 많은 가봐요."


  "너 하나 먹여살릴 만큼은 있어."


  "그렇게 우쭐해 하지 말아주실래요. 제가 무슨 어린애도 아니고. 형만 찾으면 제대로 일 구할거니까요."


  "아..."


  "그럼 지금 빚진 것도 갚으러 올께요."


  "...."


  "아, 아니다."


  "...."


  "전 길을 모르니까 쿠로오씨가 오셔야겠네요."


  "....진짜 갈 꺼야?"


  "그럼 가야죠. 언제까지고 신세질 수도 없으니까요."


  "...형 못 찾으면?"


  "...왜 그런 소리를 하세요?"


  "...."


  "제가 형 못 찾았으면 좋겠어요, 쿠로오씨는?"


  "그런 뜻이 아니..! 하아- 아냐, 찾아야지. 내가 실언했어. 그냥 잊어줘."


  "역시 이상한 사람."


  "...미안."


  "됐어요. 그런거 일일이 신경쓰는것도 이제 지치니까. 앞으로 얼마나 더 가야 돼요?"


  "아직 한참. 반도 안 왔어."


  "그렇게 멀어요?"


  "힘들어?"


  "아니, 그런건 아닌데."


  "힘들면 바로 말해."


  "말하면 저번처럼 또 업어준다고 하게요?"


  "츳키가 원한다면야."


  "됐거든요."


  "난 언제든 환영이라고?"


  "됐다니까요."



 살랑살랑 나무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이 간지러웠다. 곳곳에 난 들꽃들은 곧 꽃을 틔우려는지 꽃망울이 방울방울 맺혀있었다. 귀기울여 들으면 낭랑한 새울음도 들려왔다. 촉촉히 젖어 조금은 차가웠던 이슬내음, 흙내음도 몰라보게 포근해졌다.


 슬쩍 시선을 돌리니 아직은 외로운 나뭇가지 위로 무지하고 순수한 꽃봉오리도 보인다. 옹기종기 짝지어있는 잎사귀 근처로는 걱정빛 그림자도 가려있었다. 여러 갈래로 내리쬐는 햇빛에 살짝 눈살이 찌푸려질 때면 과한 사랑에 잠시 눈을 감기도 했다.


 그렇게 타박타박 길을 걷다 문득. 가까워져가는 도착지가, 조금씩 줄어가는 이 길이 놀랍게도 아깝게 느껴지기 시작하면 어느새 눈앞에 보이는 풍경 하나하나엔 풋풋한 단내가 실려 있었다. 이른 아침의 싱그러웠던 공기는 저 멀리 사라지고, 이제는 분홍색 향이 날 것 같은 간지러운 바람만이 숲에 남았다.



***



 하하호호 그저그런 얘기들로 신나게 웃다보니 어느새 호수 근처에 가까워졌다. 예민한 쿠로오의 후각에 희미한 물냄새가 흘러들었다. 얼마 남지 않았다는 얘기였다.



  "이제 거의 다 왔나 보다. 물냄새가 나."


  "전 하나도 안 나는데. 고양이라 후각도 좋으신가 보네요."


  "글쎄, 난 고양이가 아니라..."


  "어, 저건 뭐예요? 쿠로오씨."


  "또 무시냐고...(한숨)어느 거?"


  "저거요, 저기 수풀쪽에 있는 거."


  "저기 빨간 거 말하는 거지?"


  "네."


  "딸기야. 산딸기."


  "저렇게 작은데 딸기예요?"



 딸기 성애자 츠키시마 답게 우거진 수풀 속에 있는 걸 잘도 찾아냈다. 츠키시마가 찾아낸 것은 산딸기 중 하나였는데 정확한 이름은 라즈베리였다. 라즈베리는 작은 나무에서 열매를 맺는데, 꼭지를 따 씻어 먹으면 새콤달콤한 맛이 일품이었다.


 

  "딸기는 딸기지. 일반 딸기처럼 덩쿨에서 자라진 않지만."


  "먹어도 되는 거예요?"


  "음.. 츳키 저걸 따게?"


  "못 먹어요?"


  "아니..먹을 수야 있는데..."


  "그럼 됐네요. 도시락에 같이 먹으면 되겠다."


  "츳키.. 주변을 봐. 가시밭이라고..? 저거 따려다 피부 다 긁히면 어쩔려고 그래."


  "제가 안 딸건데요?"


  "그럼 누가 따?"


  "(지긋)"


  "나..?"


 

 츠키시마의 사슴같은 눈망울이 쿠로오를 향했다. 나 저거 먹고싶은데...



***




  "삐- 삐- 삐- 삐-"



 시끄러운 알람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시간은 오전 10시. 장소는 보쿠토네방. 범인은 쿠로오방에 있던 자명종 시계였다. 보쿠토네 방에는 그냥 벽걸이 시계뿐이라 자명종 시계가 없었다. 쿠로오가 집을 떠나기전에 10시에 알람을 맞춰놓고 떠난 것이었다.


 잠에서 깨기 힘들어하는 둘을 위해 일부러 알람을 늦게 맞춰 놓은 것인지, 저와 츳키의 오붓한 데이트를 방해받지 않으려 늦게 맞춰 놓은 것인지 확실히 알 수는 없었지만 아무래도 후자일 확률이 높았다.



  "삐- 삐- 삐- 삐-"



 어쨌거나 알람은 계속 울렸다. 벌써 1분이 다 되어가니 이번에 일어나지 못하면 다음은 없었다. 정말 쿠로오의 바람대로 아예 출발도 못 하는 상황이 되버릴 것이었다. 



  "삐- 삐- 삐- ....."



 조금 뒤 결국 알람소리가 멎어버렸다. 1분이 다 된 것이다. 안타깝게도 마지막 세 번의 울림을 끝으로 자명종은 또 외로이 남겨진채 의미없는 발악을 마무리하고 말았다. 하지만 자명종의 소리없는 눈물에도 둘은 손가락하나 꼼지락할 생각도 없어보였다. 어지간히도 푹 잠이 든 모양이었다.



 알람이 꺼지고 한 20분정도가 지났을까 아카아시쪽에서 꿈틀거리는 움직임이 있었다. 이건 알람때문이 아니라 그냥 깰 때가 되서 깬 것이었다. 그나마 아카아시라 깬 거지 보쿠토는 놔두면 점심때까지도 잘 것이었다.


 졸린 눈으로 누워있다 갑자기 정신이 든 아카아시는 몸을 일으켜 침대에서 벗어나려고 애를 썼다. 시계를 보니 벌써 10시가 넘어있었다. 소풍을 가자고 한 게 자신인데 늦잠을 자버리다니 지금이라도 빨리 챙겨야했다.


 그런데 아무리 상체를 들어올리려고 해도 제 위에 얹혀져있는 누구씨 때문에 도저히 일어날 수가 없었다. 딴딴한 근육들이 아카아시를 칭칭 감고 있던 탓이다. 무겁기는 얼마나 무거운지 팔 한쪽 빼내는 데도 힘이 들었다.


 끙끙대며 가까스로 보쿠토의 근육지옥을 탈출하자 이번에는 허리와 둔부에서 찌르르한 통증이 올라왔다. 허벅지 사이에는 무언가 말라붙어있는 것도 같았다. 걸을 때마다 고통과 찝찝함에 험한 욕이 나올 것 같았지만 꾹 참고 욕실로 발을 옮겼다. 아직도 자고 있는 덩치 큰 부엉이에게 어떤 벌을 내려야할지 생각하면서 말이다.


 한차례 깨끗하게 샤워를 하니 아픈건 그대로였지만 기분은 한층 나아졌다. 몸이 청결해지니 이제야 좀 살 것 같았다. 시간을 한 번 확인하고 빠르게 옷을 챙겨입은 아카아시는 보쿠토를 깨우기위해 다시 침대로 향했다. 제대로 일어나지 않으면 엄벌을 내릴 생각이었다.



  "보쿠토씨. 일어나요."


  ".....으응."



 아카아시가 보쿠토를 흔들어 깨웠다. 아직까지도 잠에 취해선 되도 않는 잠투정을 부렸다.



  "보쿠토씨. 일어나시라구요."


  ".....으으응."


  "안 일어날꺼예요?"


  "....5분만.."


  "소풍가신다면서요."


  "....으으.."


  "두고 갈꺼예요."


  "...싫어.. 두고 가지마.."


  "그럼 빨리 일어나서 옷 입으세요. 지금도 늦었어요."


  "...흐아암.. 뽀뽀해줘.."


  "보쿠토씨는 오늘 점심먹기 싫으신가보네요(싱긋)."


  "(섬뜩)....이..일어날께."



 아카아시는 미리 꺼내둔 옷을 보쿠토에게 건내주고 씻고 나오라며 화장실로 밀어넣었다. 그리고 본인은 나갈 준비를 하기위해 거실로 향했다. 방이 2층에 있던 터라 계단을 타고 내려가려니 몸이 저절로 숙여졌다. 옆에 난관이 없었더라면 진즉 넘어지고도 남았을 것이다.


  

  "쿠로오씨- 츠키시마-"


  "...."


  "역시 먼저 갔나..."



 아래로 내려오니 아니나 다를까 두 사람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텅 빈공기가 차갑게 느껴지는 걸보니 나간지도 꽤 된 것 같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두리번두리번 주위를 살피자 테이블 위에 가지런히 놓여있는 도시락 두 통이 보였다. 가까이서보니 무언가 쪽지도 붙어있었다.



  "...."



 도시락을 집어든 아카아시의 얼굴위로 오묘한 표정이 떠올랐다. 그 위에 붙어있던 쿠로오네의 전언 탓이다. 정갈한 글씨로 쓰인 걸 보니 츠키시마가 쓰고 간 듯했다. 



  "아카아시~ 다 씻었어. 거기서 뭐해?"



 어딘가 탐탁치않은 표정으로 글을 바라보던 아카아시 뒤로 활기찬 보쿠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저벅저벅)그게 뭐야?"


  "쿠로오씨네가 남기고 간 거예요."


  "먼저 간다고... 음? 이게 뭔소리야. 아카아시 어디 아파?"


  "이게 다 보쿠토씨 때문이잖아요.."


  "에? 아카아시 진짜 아파? 많이 아파?"


  "...."


  "약 먹어야 되나? 어떡하지? 안아줄까?(안절부절)"


  "...."


  "아카아시 얼굴도 빨개. 열나는 거야? 감긴가? 응?(발동동)"


  "..제발 입 좀 다물어요...////"



 보쿠토네가 호수에 도착한 것은 점심때가 다 되어서였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소풍나온다고 제일 들떠있던 보쿠토는 거의 울상이었다. 아카아시는 평소와 똑같아 보였는데 걸을 때 살짝살짝 멈칫 하는걸보니 정말 어디가 불편하긴 한 것 같았다.


 넷은 호수 가장자리 가장 볕이 잘 드는 곳에 자리를 펴고 각자 들고온 도시락을 열었다. 투명하게 빛나는 호수와 파란 하늘, 우거진 숲이 한 눈에 보이는 아름다운 경치를 바로 앞에 펼쳐두고 먹는 밥은 어느 때 보다 꿀맛이었다.


 

 








_continued












Digression_츠키시마가 남기고 간 것


 

  "쿠로오씨, 펜 좀 주세요."


  "종이는?"


  "그냥 티슈에 쓰려구요."


  "(슬쩍)뭐라고 쓸 건데?"


  "그냥 뭐... (사각사각)이 정도면 되지 않을까요."


  "아, 잠깐 한 마디만 더 써(소곤소곤)."


  "..? 아카아시씨 어디 아파요?"


  "큭큭, 아프지~. 많~이 아프지."


  "..그럼 집에 계시는게 낫지 않아요?"


  "괜찮아. 펜 줘봐(사각사각). 이대로 붙여."


  "...?"


  -


  "됐어요. 이제 가요."


  "그래."



아카아시씨, 보쿠토씨.

저희 먼저 가 있을게요.

다른 건 다 챙겼으니까 도시락만 챙기시면 돼요.

그럼 빨리 오세요.


p.s. 쿠로오씨가 아카아시씨 몸조심(?)해서 오시래요.

어이~ 보쿠토, 애인님 허리 잘 모시고와라!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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